"불안해서 물건 못줘" 홈플러스 엑소더스, 충격파 어디까지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03.07 11:02 / 수정: 2025.03.07 12:09
'제 2의 티메프' 우려에 납품사 일부 이탈
기업회생절차 충격파 확산에 대주주 'MBK 책임론'도 대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자 일부 업체들이 홈플러스 물건 납품을 중단하고 나섰다. /뉴시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자 일부 업체들이 홈플러스 물건 납품을 중단하고 나섰다. /뉴시스

[더팩트 | 문은혜 기자] 경영 정상화를 위해 홈플러스가 선택한 기업회생 절차가 악수가 됐다.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일부 업체들이 잇따라 납품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납품사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매장 영업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홈플러스 충격파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자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서식품,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등 업체들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매장에 들어가는 물량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나섰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수금 우려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터진 티메프 사태가 업계 전반에 트라우마를 준 만큼 이번 홈플러스 사태도 일단 조심하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 협력사들이 납품 중단에 나서자 홈플러스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기업회생 절차와는 별개로 매장은 정상 운영한다고 강조해온 홈플러스는 납품 중단에 따른 또다른 리스크를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

일단 상거래 채권은 정상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 홈플러스의 입장이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 6일 기준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라며 "이달에만 영업을 통해 유입되는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 가용자금이 6000억원을 상회해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협력사들에 위험이 없으니 납품을 정상적으로 해달라고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불안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가 자금 지출을 하려면 법원에 보고해야 하는 탓에 대금 정산 지연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일부 납품사들은 홈플러스와의 협상에서 담보 설정, 선결제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와의 협상이 결렬돼 앞으로 납품 중단에 나서는 업체들이 더 늘어나면 최악의 경우 매장 판매대가 비어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비도 제대로 안돼있는 마트를 찾을 소비자가 어디 있겠느냐"며 "이번 사태가 확산되면 홈플러스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신뢰도까지 떨어져 영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비용 부담만 해결되면 영업을 통한 회사 정상화는 문제 없다"는 홈플러스의 주장과는 다르게 이번 기업회생절차로 인한 충격파가 갈수록 확산하자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후폭풍을 맞고 있다.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차입금을 바탕으로 무리한 차입 경영을 하면서 지금의 자금난을 불러왔다는 책임론이 대두된 것이다.

MBK 측은 홈플러스의 이번 기업회생 절차와 관련해 "신용 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홈플러스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는 자금조달 비용 부담을 기업회생으로 타개하려는 MBK의 선택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홈플러스는 MBK에 인수된 이후 영업이 종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곳만 2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완전히 폐점한 점포는 14개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운영 중인 할인점은 141개에서 126개로, 슈퍼마켓 체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각각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인수 이후 돈 되는 점포만 매각하면서 매출은 줄고 수익성도 악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직원들도 MBK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금융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이유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며 "MBK는 홈플러스를 죽이는 그 어떤 구조조정의 시도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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