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자금난 해소를 위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유통업계가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차단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통해 금융비용 부담만 해소되면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로 회사를 충분히 정상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벌써부터 '제 2의 티메프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 CGV, 신라면세점, 에버랜드 등 다수 기업들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4일 법원에서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상품권 제휴사들이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해 상품권 사용을 막은 것이다.
CJ푸드빌은 전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뚜레쥬르, 빕스, 더플레이스 등에서의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영화관 CGV도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고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도 현재 홈플러스 상품권을 받지 않고 있다.
HDC 아이파크몰도 현재 홈플러스 상품권의 매장 사용 중단을 검토 중이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상황을 지켜본 뒤 상품권 사용 중단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다른 사용처들도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이유로 상품권 사용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홈플러스 홈페이지에 안내된 상품권 사용처는 신라면세점, HDC신라면세점, 엔터식스, 모다아울렛, 아웃백, 생어거스틴, 캐리비안베이, 에버랜드, 서울랜드, CGV, 신라스테이, 호텔신라, 오크밸리 리조트, 앰배서더 호텔 등 20여 곳이다.
상품권은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더라도 전액 변제가 되는 채권이다. 그러나 사용처들은 대금 지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돌입에 따른 충격파가 유통업계에 전반으로 번지자 일각에서는 지난해 터진 '티메프 사태'가 올해 또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제때 정산해주지 못해 지난해 소비자와 판매자, 거래업체 등에 무려 1조3000억원대의 피해를 입힌 티몬과 위메프 사태의 트라우마가 강렬하게 남아있는 탓이다.
홈플러스도 지난해부터 협력사에 대한 대금 정산 지연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에 대금을 제때 결제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업계에 파다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일 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자 유통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회생절차에 따라 금융채권 상환이 유예돼 관련 비용 부담만 줄어들면 회사는 금방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채권 상환만 유예될 뿐 협력업체와의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되고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된다고 강조했다.
법원 또한 홈플러스가 당장 지급불능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회생절차 개시 결정과 함께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함께 발령했다. 이에 홈플러스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 채널 영업은 모두 정상 운영되는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만 한 달 평균 1000억원에 이른다"며 "1년이면 정상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여전히 불안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정상화를 낙관하는 홈플러스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장 은행빚을 갚지 못해 집안 곳곳에 빨간 딱지가 붙을 판인데 핸드폰 요금을 낼 여유가 있겠느냐"며 "협력사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업이 제대로 되려면 유통업계 내에서 대형마트로서의 경쟁력이 유지돼야 하지만 홈플러스 매장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홈플러스는 사모펀드인 MBK에 인수된 이후 영업이 종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곳만 2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완전히 폐점한 점포는 14개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운영 중인 할인점은 141개에서 126개로, 슈퍼마켓 체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각각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인수 이후 돈 되는 점포만 매각하면서 매출은 줄고 수익성도 악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법원이 신속하게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해 준 것은 홈플러스의 사업성과 경쟁력 등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회생절차를 끝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