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엔데믹 전환 이후 국내 여행업계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노랑풍선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며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온라인 여행사(OTA)까지 항공권 판매 지분을 확장하면서 노랑풍선을 위협 중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여행사인 '놀유니버스'와 중국 업체인 '트립닷컴'이 국내 여행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놀유니버스와 트립닷컴은 지난 1월 항공 여객 판매 대금 정산제도(BSP) 기준 국내 항공권 판매에서 각각 2위와 5위를 차지했다.
노랑풍선은 지난 2022년 5위에서 올해 4위로 올라왔다. 노랑풍선이 한 단계 성장하는 동안 트립닷컴은 2022년 13위에서 불과 2년 만에 8계단이 뛰었다. 또한 놀유니버스는 지난해 12월 출범하자마자 2위에 안착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BSP는 여행사의 항공권 판매 실적을 나타내는 지표다. 항공권 판매는 여행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이기에 BSP 발권 실적은 여행사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파악하는데 활용된다. 온라인 여행사의 가파른 성장에 업계에서는 올해 말 전체 항공권 판매 순위에서 놀유니버스와 트립닷컴이 노랑풍선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놀유니버스'는 야놀자 플랫폼과 인터파크트리플이 지난해 12월 합병한 법인이다. 국내 숙박 플랫폼 야놀자와 비행기표·공연티켓의 선두주자 인터파크, 맞춤형 여행 추천 트리플을 합치며 몸집을 키웠다. 플랫폼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인·아웃바운드를 넘어 크로스보더 서비스 영역까지 확대하고 글로벌 여행 및 여가 산업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다.
'트립닷컴'은 코로나19 당시 국내 여행사가 투자를 망설인 사이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여행 시장에 파고들었다. 지난해 1~9월 기준 국내 여행 앱 다운로드 점유율 13%를 기록하며 네이버맵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는 트립닷컴이 진출한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트립닷컴코리아의 2023년 매출액은 144억9538만원 영업이익은 34억1083만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08.6%, 23.5% 성장했다.
이처럼 온라인 여행사들이 영향력을 키워가는 반면 노랑풍선은 지난해 상품 판매 예측 실패와 티메프 미정산 사태 여파 등으로 국내 주요 여행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노랑풍선의 매출은 1318억원으로 전년대비 33.6% 늘었지만 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 비율은 275.2%로 전년말 대비 113.9%p 급증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전세기 등 항공직접판매 증가에 따른 항공권 매출인식액이 증가했고 대손상각비 등 일회성 비용 증가에 따른 판매관리비용이 전년 대비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출발드림투어'로 시작한 노랑풍선은 판매대리점 등 유통마진을 없애고 직접 상품 판매 방식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OTA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약화됐고 AI 추천, 실시간 예약 도입이 늦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1년 노랑풍선은 온라인 플랫폼에 시동을 걸었지만 이미 OTA에 길들여진 소비자를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랑풍선은 올해 적자 탈피와 함께 온라인 여행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판매 채널 강화,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AI 기술 도입 등을 통해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충성 고객을 사로잡겠다는 게 올해 목표다.
먼저 외부 제휴 채널과 대리점 채널을 강화한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OTA 및 여행 플랫폼과 협업을 확대하고 대리점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고객들에게 신뢰도 높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온라인 제휴 채널의 채권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외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랑풍선은 전통적인 패키지여행을 고수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취향을 반영한 '세미패키지' 상품에 힘을 준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다양한 목적지와 테마를 포함하고 있으며 사용자의 구매 데이터와 행동 패턴을 분석해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재 세미패키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