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상장 첫날 마이너스(-) 10%, 보름째 -17%, 한 달째 -25%.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주목받은 LG CNS(상장명 LG씨엔에스)의 수익률이다. 공모주 청약에 당첨된 투자자들은 상장 후에 한 달이 지났어도 수익 구간에 접어든 날 없이 손실을 보고만 있다.
증거금만 21조원을 넘기면서 화려하게 상장했으나 대기업집단 계열사라는 후광이 증시에서 전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상장 시기마저 고심 끝에 적절한 날을 조율해 스스로 선택했으나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G CNS는 전 거래일 대비 3.72% 내린 4만6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5일 공모가 6만19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정확히 한 달째를 맞았지만 이렇다 할 반전 없이 하락을 거듭한 결과다. 공모가 대비로는 24.79% 내려앉아 있다.
LG CNS의 주가 부진은 투자자들의 의문을 자아낸다.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모두 100대 1이 넘는 경쟁률로 뜨겁게 마감해 상장 직후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증거금은 21조1311억원, 공모금은 1조1944억원으로 '역대급 대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특히 같은 기간 코스피는 오히려 올랐기 때문에 증시 부진에 따라 IPO 시장이 영향을 받았다는 핑계도 대기 어려운 실정이다. 2월 5일 2509.27이던 코스피는 한 달 후인 3월 4일 0.78% 오른 2528.9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 최고 2671.52까지 올랐다가 다시 조정을 받았어도 LG CNS보다 수익률이 좋은 셈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LG CNS가 한 달째 주가가 오르지 못한 배경을 찾고 있다. 먼저 상장 당시에도 이야기가 나왔던 적지 않은 유통가능물량이다. 통상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 20% 이하면 품절주로 평가받지만, LG CNS는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 상장예정주식수 9688만5948주 중 28.49%에 해당하는 2760만544주에 달했다.
30%에 육박한 유통가능물량은 2대 주주인 맥쿼리PE가 구주매출을 통해 물량을 내놓은 결과로 풀이된다. LG CNS는 지난 2019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맥쿼리PE에 지분 35%를 팔았다. 그러면서 투자금 회수 보장 목적 등을 이유로 LG CNS의 상장을 약속했기 때문에 구주매출에 대한 부담이 자연스레 상장 후 주가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반면 일각에서는 LG CNS의 주가가 아직 시장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LG CNS의 주가수익비율(PER)이 경쟁사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아직 비교적 상장 초반이기 때문에 앞서 지적받던 다소 높던 구주매출 비중,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미확약 비율 등을 해소하는 구간으로 본다는 전망에서다.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LG CNS는 지난해 영업이익 5129억원, 매출 5조982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5%, 6.7% 오른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IPO를 통해 확보한 약 6000억원의 자금으로 글로벌 성장 투자를 본격화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실적은 더욱 나아질 여지도 높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 CNS는 구주매출 비중에 따른 과도한 유통가능물량 등 여파로 상장 전부터 고평가 우려를 받았지만 보란 듯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역시 상장 후 주가 흐름만큼이나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사안"이라면서도 "주요 주주들의 보호예수 기간은 6개월로, 오는 8월 이후부터 주가 추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호실적을 유지하면서도 태생적으로 절반이 넘는 그룹 내부거래 매출 비중 등을 줄여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