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과 소유 분리?"…풀무원, 전문경영인과 오너 2세의 '어색한 동거'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03.05 00:00 / 수정: 2025.03.05 18:35
2기 전문경영인 체제 풀무원, 지난해 매출 3조원 성과 올려
실적 이끈 미국법인에 오너 2세 남성윤 영업본부장 역할 주목
풀무원이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전체 실적을 견인한 미국법인에서 오너 2세인 남성윤 영업본부장 역할이 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남성윤 본부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올가홀푸드 매장 전경. 오른쪽 위는 풀무원 창업주인 남승우 풀무원재단 이사장. /더팩트 DB
풀무원이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전체 실적을 견인한 미국법인에서 오너 2세인 남성윤 영업본부장 역할이 커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남성윤 본부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올가홀푸드 매장 전경. 오른쪽 위는 풀무원 창업주인 남승우 풀무원재단 이사장. /더팩트 DB

[더팩트 | 문은혜 기자] 풀무원이 지난해 '매출 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같은 성과의 밑바탕이 된 미국법인 영업을 오너 2세인 남성윤 본부장이 총괄하고 있어 전문경영인과 오너 2세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풀무원은 올해 2기 전문경영인 체제가 출범했지만 일각에서는 오너 경영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업계는 '경영과 소유는 분리한다'는 풀무원 창업주의 방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지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든 풀무원이 지난해 '매출 3조원 돌파'라는 최대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3조2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48.6% 늘어난 92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7% 늘었다.

역대급 실적 속에 풀무원은 올해 이우봉 신임 총괄 CEO를 임명하며 2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출범시켰다. 지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풀무원을 이끈 1기 CEO 이효율 전 대표는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대신 1988년 풀무원 공채 4기로 입사해 36년간 재무회계, 구매, 영업, 전략기획 등을 거친 이우봉 대표를 새 CEO로 선임했다.

풀무원은 "상장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전문경영인이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창업주 남승우 풀무원재단 이사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지난 2018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가는 중이다. 1기 이효율 전 대표 체제에서 '매출 3조 클럽 입성'이라는 과업을 달성한 풀무원은 2기 이우봉 총괄 CEO 체제에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 제2의 도약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풀무원의 이같은 전문경영인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풀무원의 주요사업인 미국법인 영업을 오너 2세가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승우 이사장의 장남인 남성윤 씨는 현재 풀무원 미국법인(Pulmuone U.S.A)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풀무원에게 있어서 미국법인은 여러모로 의미가 큰 사업이다. 지난 1991년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한 풀무원은 2004년 현지 유기농 식품회사를 인수해 아시아 마켓에서만 판매하던 두부 제품을 미국 주류 시장에 선보였다. 이후 2016년에는 미국 두부시장 1위 기업인 '비타소이'의 식품사업을 사들여 두부 부문 1위 회사로 성장했다.

이후 미국법인 성장세는 이어졌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 매출이 평균 14.4%씩 성장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1% 늘어나며 풀무원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주력 상품인 두부와 아시안 누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12.21%, 2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풀무원 실적에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는 미국법인에서 영업을 맡고 있는 남 본부장은 경영 보폭을 꾸준히 키우는 중이다. 지난 2023년부터는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 참석해 푸드테크, AI(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 트렌드도 직접 파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풀무원 안에서 남 본부장의 역할이 얼마나 더 커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풀무원이 유럽법인을 추가로 설립하고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할 예정이라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과 오너 2세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자 남 본부장이 풀무원 관계사인 '올가홀푸드'를 활용해 향후 풀무원 경영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올가홀푸드는 친환경·유기농 식료품을 유통하는 회사로 남 본부장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사실상 남 본부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때 풀무원이 경영권을 2세에 승계하기 위해 올가홀푸드를 키워 주력 회사인 풀무원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가홀푸드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와 쿠팡, 컬리와 같은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으면서 최근 들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친환경·유기농 중심의 '건강한 먹거리' 콘셉트로 전국 주요 상권에서 한때 50개 넘게 운영됐던 올가홀푸드 가맹점 수는 지난해 8개 이하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오래 이어진 적자로 인해 올가홀푸드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올가홀푸드의 부채총계는 455억원으로 자산총계(204억원)를 2배 넘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251억원으로 자본잠식인 상황이다.

풀무원은 올해 2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출범시킨 만큼 당분간은 이우봉 대표 지휘 아래 글로벌 사업 확대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 관계자는 "올가홀푸드는 풀무원의 관계사이긴 하지만 현재 지분으로 얽힌 것은 없다"며 "이 신임 대표가 모든 조직원의 든든한 지원자로서 최고경영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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