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떨어질까요?" 돌아온 2%대 금리에 차주 기대…은행권은 '글쎄'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3.03 00:00 / 수정: 2025.03.03 12:23
우리은행, 대출금리 인하…타 은행 고민
금융위 "시차 갖고 우물쭈물할 상황 아냐"
한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 작동하고 있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우리은행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하루만에 선제적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타 은행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더팩트 DB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우리은행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하루만에 선제적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타 은행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택하면서 2년 4개월 만에 기준금리 2% 시대가 열렸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하루만에 선제적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타 은행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추가 금리인하로 가계대출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으나 가계대출 관리를 지속해야하는 부담감도 안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신규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먼저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 인하에 반영되는 시차를 기다리지 않은 선제적 대출금리 인하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25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3.0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2%대로 내려온 것은 2022년 10월 2.50%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순이자마진(NIM) 축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이같이 대출금리 인하를 시행하는 것은 경제성장률 하락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줄여야만 민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그동안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를 금융 소비자들이 체감하도록 은행의 대출금리가 내려가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여기에 이처럼 우리은행이 선제적 대출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타 은행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2025년 가계부채 관리방향' 사전 브리핑을 통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는 와중에 시차를 갖고 (대출금리에) 반영이 안 되니까 국민들이 금리 부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권도 진퇴양난인 걸 안다. 당국이 대출관리를 하라고 하면서 (은행권에) 금리를 (인하하라고) 이야기하니까 볼멘소리를 한다"면서도 "우리은행이 시차 없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했는데 (타행들도) 시차를 갖고 우물쭈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고 때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는 세 차례 낮아지며 2%대에 진입했으나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금리인하 전인 지난해 9월과 비교하면 상승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66%~5.17%로, 지난해 9월(4.04%~4.47%)보다 높은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13%포인트(4.04→5.17%) 올라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0.7%포인트(4.20→4.90%), 농협·하나은행이 0.19%포인트(각각 4.47→4.66%, 4.38→4.57%), 국민은행이 0.1%포인트(4.39→4.49%) 각각 올랐다. 이에 우리은행의 경우 당초 대출금리가 타행보다 높았으므로 내릴 여력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한은에선 기존 대출까지 포함하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데 많은 오해가 있다"며 "시장에서 금리인하를 기대한 지난해 5월 이후로 금리가 상당히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증가로 지난해 8~9월 이후 거시건전성 규제를 하면서 신규 대출에 대한 가산금리가 떨어지지 않았다"며 "신규 대출이 아닌 기존 대출까지 다 합한 가산금리는 떨어졌다. 현재도 역사적 가산금리 수준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신규 대출에 대한 강한 규제로 가산금리가 덜 떨어진 면이나 약간 올라간 면이 있는데, 가계대출 정상화 과정에서 신규 대출에 대한 가산금리도 떨어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추가 금리인하로 가계대출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있으나 가계대출 관리를 지속해야하는 부담감도 안고 있다는 입장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어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시 특정 은행 앞 대출 쏠림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대출 총량 관리와 대출금리 인하라는 두 가지 정책을 만족시키기 위해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는 우하향 하는 추세로 점진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나, 대출한도의 인위적인 제한없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출 총량 관리 문제로 쉽사리 대출금리가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따라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다만, 가산금리 인하는 은행들마다 상황이 다르다"면서 "가산 금리는 단순히 은행의 이익 비중만 반영하는게 아니라, 부동산 경기, 가계대출 총량 등 다양한 거시적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월별, 분기별로 관리하고 서울 및 수도권의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국에서 발언한 만큼 은행들도 부동산 및 대출 시장 상황을 고려해 가산금리 인하 등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은행권에선 대출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가산금리를 낮췄고, 타 은행은 연초에 금리를 낮춘바 있다"며 "기준금리 하락으로 은행의 대표적인 금리물인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가산금리 인하를 고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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