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포스코그룹, 초격차 기술력으로 글로벌 LNG 시장 선도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3.03 10:00 / 수정: 2025.03.03 15:50
LNG 생산·저장·판매·건설까지 밸류체인 완성
고망간강·터미널·건설 시너지 극대화
지난달 26일 방문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망간강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은 LNG 저장·운송을 위한 혁신적인 신소재다. /포스코그룹
지난달 26일 방문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망간강 후판이 생산되고 있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은 LNG 저장·운송을 위한 혁신적인 신소재다. /포스코그룹

[더팩트ㅣ광양=황지향 기자] 포스코그룹이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확대 위기를 기회로 삼아 LNG(액화천연가스)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1위 철강 경쟁력을 바탕으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한 포스코그룹은 자체 개발한 신소재와 인프라 구축 역량을 결합해 생산부터 저장·판매, 건설까지 아우르는 LNG 풀 밸류체인을 완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 26일 방문한 전남 광양제철소와 LNG 터미널에서는 포스코그룹의 LNG 밸류체인 전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최초 개발한 고망간강, LNG산업 게임체인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강은 LNG 저장·운송을 위한 혁신적인 신소재다. 기존 9% 니켈강보다 경제성이 뛰어나면서도 극저온(-196℃) 환경에서도 높은 강도를 유지한다. 망간을 22~25% 함유해 내구성이 뛰어나며, 비자성(자석에 붙지 않음) 특성으로 방산·조선·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2008년 연구를 시작해 2013년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2017년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 등재, 국제해사기구(IMO) 및 미국석유협회(API) 기술 표준 통과 등 글로벌 인증을 확보하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2019년 광양 LNG 터미널 5호기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데 이어 2023년에는 API 620 탱크 코드에 국내 개발 소재로는 처음으로 등재되며 글로벌 LNG 터미널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기존 방식으로 절단·가공하기 어려운 고망간강은 플라스마 절단기와 진공 흡착식 크레인 등 전용 생산설비를 통해 가공된다. 고망간강 후판 진공 흡착식 크레인으로 이송되고 있다. /포스코그룹
기존 방식으로 절단·가공하기 어려운 고망간강은 플라스마 절단기와 진공 흡착식 크레인 등 전용 생산설비를 통해 가공된다. 고망간강 후판 진공 흡착식 크레인으로 이송되고 있다. /포스코그룹

이승기 수석연구원은 "고망간강은 LNG 저장·운송뿐만 아니라 방산, 조선, 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며 "LNG 이후 수소 시대에도 핵심 소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니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소재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양제철소에서는 고망간강 후판(두꺼운 철판) 생산 공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방식으로 절단·가공하기 어려운 고망간강은 플라스마 절단기와 진공 흡착식 크레인 등 전용 생산설비를 통해 가공된다.

정영덕 후판부 후판기술개발섹션 리더는 "고망간강은 기존 철강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공정이 필요해 일본에서도 생산을 포기한 소재"라며 "포스코만의 독자적인 용융 망간 공정과 초정밀 제어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고망간강은 LNG 저장탱크뿐만 아니라 잠수함, 방탄차량 등 군수산업에서도 적극 활용될 계획이다. 망간 특유의 비자성 특성을 이용하면 잠수함이나 함정에서 적의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을 적용해 건설 중인 광양 제2LNG터미널 7호기 탱그 내부 모습. /포스코그룹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을 적용해 건설 중인 광양 제2LNG터미널 7호기 탱그 내부 모습. /포스코그룹

◆광양 LNG 터미널, 포스코그룹의 에너지 허브

LNG산업에서 포스코그룹의 강점은 철강 소재 공급뿐만 아니라 생산·저장·판매·건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LNG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살펴본 LNG 저장탱크를 건설한 포스코이앤씨는 그룹의 LNG 인프라 구축을 책임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2010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LNG 터미널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2015년 자체 LNG 탱크 설계 기술을 확보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을 적용해 광양 5호기 탱크를 2019년 준공했다. 이후 동일 사양의 6호기를 건설하면서 혁신 공정을 도입해 공사 기간을 40일 이상 단축, 2024년 준공을 완료했다. 현재는 광양 LNG 터미널 2단계 사업으로 20만㎘급 7·8호기 탱크 증설을 진행 중이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국내 최대 민간 LNG 저장시설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날 7·8호기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고망간강이 적용된 LNG 저장탱크 내부 구조도 확인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2026년 2터미널 완공 후에는 LNG 저장 용량이 133만㎘에 달해 국내 LNG 수급 안정성과 사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사업의 중심에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2023년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합병하며 LNG 풀 밸류체인을 완성했고, 북미산 LNG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2년 미국 세니에르(Cheniere)와 연 40만톤, 2024년 멕시코퍼시픽과 연 70만톤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20년간 매년 110만톤의 북미 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원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공급망 다변화로 대외 변수에 대응하고 있다.

LNG선이 시운전을 준비하며 LNG터미널 부두에서 작업 중이다. /포스코그룹
LNG선이 시운전을 준비하며 LNG터미널 부두에서 작업 중이다. /포스코그룹

◆선박 시운전·벙커링까지…광양 LNG 터미널의 전략적 가치

이날 한화오션 LNG선이 시운전을 준비하며 부두에서 작업 중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LNG 추진 선박의 시운전은 연료 효율성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민간에서는 광양 LNG 터미널에서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LNG 선박 시운전 사업을 통해 조선업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 LNG 터미널은 단순한 저장 시설을 넘어 선박 시운전과 벙커링(선박 연료 공급)까지 담당하며 국내외 LNG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이 증가하는 추세로, 광양 LNG 터미널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전망이다.

포스코그룹은 철강 기업을 넘어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시화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룹 경쟁력 핵심은 기술의 절대적 우위 확보이며, 글로벌 에너지 정책 변화에 맞춰 밸류체인 연계를 강화해 수익성 제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포스코그룹은 LNG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hya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 ※ 이 기사는 팬앤스타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댓글 9개 보러가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