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금융 당국이 불법 영업행위 사전 방지 등을 위해 지주사와 은행권을 중심으로 내부 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자발적으로 내부통제위원회(내통위) 설치에 동참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설치를 예고한 증권사들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내통위를 설치하는 안건을 이사회 의결하고, 설치를 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내통위 설치를 발 빠르게 검토하고 있어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내통위 설치를 이사회 의결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내 내통위를 설치·운영하기로 결의한 교보증권을 비롯해, 금융지주사 산하 증권사인 KB증권과 하나증권도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내통위 설치를 개편에 포함했다.
지난해 1300억원대 LP 손실로 내부 리스크가 전면에 드러난 신한투자증권도 일찌감치 책무구조도를 시범 운용하고 내통위 설치를 통해 내부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증권사다. 이밖에 메리츠증권, IBK투자증권, iM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지난해 말 내통위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 내부 통제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사들이 내통위를 설치하는 까닭은 금융 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내부 통제 수준을 강화하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것을 주문하는 등 내부 통제에 관한 위기 관리가 범금융권 전반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관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최근 내부 통제에 대한 강경한 태도도 일부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지주 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한 조직문화에 상을 줄 생각이 없다"며 "금융당국이 금융사와 관계를 건강한 긴장 관계가 아닌 온정주의적 관계로 취급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이 원장이 내부 통제 실패에 대한 예시로 든 사안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730억원대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과 우리은행·KB국민은행·농협은행에서 총 387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기업은행에서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 금융사고 등 금융지주와 은행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 원장은 내부 통제가 지주사나 은행만의 과제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 원장은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비은행인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도 내부 통제 관련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인식했다. 이에 증권사도 내통위를 자발적으로 설치해 당국의 쓴소리에 공감대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증권사의 책무구조도 이행도 이른 내통위 설치 바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증권사는 올해 1월부터 제출하고 시행하고 있는 지주나 은행과 달리 책무구조도 이행 대상이 아니었으나 자산총액 5조원·운용자산 20조원 이상 대형사는 올해 7월까지, 그 외 증권사은 내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이행해야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책무구조도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행까진 기간이 아직 남았으나 내통위 설치 등 자발적으로 내부 통제 업무를 운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서 국내 금융투자산업과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의 핵심 과제로 리스크 관리를 꼽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도 내부 통제에 대한 중요도를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공매도 재개나 대체거래소 출범, 책무구조도 도입 등 준비해야 하는 현안이 많아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다는 해석도 일부 있으나, 최근 증권사들이 채권형 랩·신탁 관련 위법사항으로 무더기 징계를 받은 만큼 내통위 설치 등 내부 통제 강화에 나설 증권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