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산운용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키워드는 커버드콜이다. 증시가 횡보하거나 약세장이 이어지는 분위기에서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는 주식과 콜옵션을 동시에 거래해 주가 하락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최대 16%대의 월배당까지 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자산운용사들은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덕분에 호황기를 맞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형사인 삼성자산운용의 커버드콜 ETF 상품인 '코스피타겟커버드콜'은 출시 7일 만에 순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데일리커버드콜'은 출시 한 달 여만에 순자산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말 그대로 '효자' ETF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아울러 중소형사인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모양새다. KB자산운용의 'RISE200위클리커버드콜'은 지난 21일 순자산 300억원을 돌파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4일 ETF 순자산총액이 15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히는 등 커버드콜 ETF의 대대적인 홍보에 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커버드콜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자산운용사도 있어 눈길을 끈다. 출시 6개월이 지났지만 흥행 지표로 불리는 순자산 1000억원을 넘지 못했고, 출시 대비 수익률도 마이너스 구간에 접어든 한화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ETF 브랜드를 'ARIRANG'에서 'PLUS'로 바꾸고 ETF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고 공언한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2개의 커버드콜 ETF 상품을 출시했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기준 한화자산운용의 'PLUS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과 'PLUS미국배당증가성장주데일리커버드콜'의 순자산은 각각 874억원, 156억원이다. 주가도 각각 9350원, 9755원으로 두 ETF가 시장에 등장한 지난해 8월 13일과 10월 22일 대비 각각 8.95%, 1.71% 빠져 있다.
이는 국내에서 커버드콜 ETF 라인업을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6곳 중에서도 규모나 수익률이 저조한 편에 꼽힌다. 'PLUS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과 같은 위클리 타겟 상품인 KB자산운용의 'RISE200위클리커버드콜' 정도를 제외하면 출시가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 구간에 접어든 커버드콜 상품도 드물다. 미국 데일리 타겟 상품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미국500데일리타겟커버드콜(합성)'의 최근 6개월 수익률만 봐도 15%대를 넘는다.
업계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의 커버드콜 ETF 상품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PLUS 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은 국내 배당주에 투자하는 자사 ETF 'PLUS고배당주'와 동일한 기초자산에 커버드콜 형태로 투자하고, 코스피200 주간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쌓는 형태의 상품으로 출시부터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투자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2개월 후 출시한 'PLUS 미국배당증가성장주데일리커버드콜'도 수요가 없진 않다. 미국 블룸버그의 성장주 커버드콜 인덱스지수와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아끼는 'SPY'(SPDR S&P500 ETF Trust)를 기초자산으로 추종하면서도 잠재력이 높은 미국 성장주에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자산운용의 커버드콜 ETF 상품들은 증권사가 시딩해주는 의존도가 낮고 개인 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특징이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인지하면서도 상품의 특성과 수익률이 발생하는 구간에 대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년 대비 수익률이 낮을 수는 있다는 해석이다. 전망 또한 커버드콜은 월배당에 매력을 느낀 장기 투자자들의 수요가 있는 상품인 만큼 기초자산이 옵션을 넘어서는 구간이 발생한다면 수익률도 돌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대표 상품인 PLUS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의 경우 수익률이 나는 구간이 존재했다. 상장 직후 3개월 동안에는 출시 당시 정부가 밸류업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던 시기와 은행, 증권, 금융지주 등 포트폴리오에 담긴 고배당주들의 성장이 맞아떨어지면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보다 10.3%포인트 초과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월 배당 역시 3개월간 지급된 분배금 포함 성과로도 코스피 대비 14.2%포인트에 달하는 등 국내 증시가 하락하는 구간에서도 하방 압력을 견뎌낸 셈이다.
김은총 한화자산운용 ETF 매니저는 "(PLUS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의 경우) 고배당 주식을 기초 지수로 두고 코스피 200을 옵션으로 매도하는 상품이다. 그래서 고배당주가 코스피 200보다 더 오르지 못했던 지난해 12월 말부터 1월까지만 보면 성과가 안 좋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상품 특성상 코스피 200보다 고배당주가 장기적으로 아웃퍼폼을 하게되면 성과를 내는 구간에 접어든다. 출시가 된 지난해 8월부터 계엄 직전인 12월 1일까지 성과를 누적보면 4%가량 아웃퍼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과가 왜 좋지 않냐고 한다면 결국에는 현재 시장 상황이 상품 구조에서 취약한 구간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나, 장기적으로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코스피 200보다 고배당주가 월등히 넘어섰으니 상품을 출시했을 당시 우리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월 배당만 보더라도 연 15% 수준의 분배금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겐 여전히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