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코로나19 이후 회복되던 국내 여행산업이 다시 위축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지난 1월 설 연휴에 맞춰 시행한 임시공휴일이 국내 여행 활성화보다는 해외여행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25일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한때 보복소비로 호황을 누렸던 국내 여행 시장이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조사에서 △여행지 관심도 △여행 계획률 △여행 경험률 △여행비 지출 의향 △여행비 지출액 등 주요 지표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국내 여행지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는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p) 하락한 80p로 집계됐다.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응답한 비율도 33.2%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113p)과 비교해 33p 감소한 수치다. 관심이 커졌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47%에서 29.4%나 줄었다.
향후 3개월 내 국내 여행 계획을 묻는 여행 계획률 역시 93p로, 전년 동월 대비 8p 하락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17p나 줄어든 수치다.
◆ 여행비 지출 의향 '반토막'
국내 여행에서 돈을 쓰겠다는 의향도 크게 줄었다. 올해 1월 국내 여행비 지출 의향 지수는 79p로, 전년 동기 대비 34p 급감했다. 2022년(135p)과 비교하면 사실상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실제 여행을 떠난 비율도 감소했다. 최근 3개월 내 국내 여행을 경험한 비율을 나타내는 '여행 경험률'은 95p로 전년 대비 7p 하락했다. 1인당 국내 여행 평균 지출액은 113만원으로, 전년(116만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다만 지출액 감소폭이 크지 않은 것은 여행 소비가 유지된 것이 아니라, 국내 여행지의 고물가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향후 1년간 국내 여행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6.3%에 그쳤고, 반대로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한 비율은 29%였다. 국내 여행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더 높아진 것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
◆ 임시공휴일, 해외여행 수요만 키웠다
정부가 국내 여행 활성화를 기대하며 도입한 임시공휴일은 오히려 해외여행 수요를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 고환율 등의 악재 속에서도 6일간의 긴 연휴가 소비 여력을 확대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해외여행 수요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출국자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97%까지 회복됐으며, 올해는 이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일본 여행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통계청의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입국자는 97만 9042명으로, 같은 기간 일본인 전체 출국자(91만 2325명)보다 많았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 여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여행 소비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국내 여행 산업이 침체된 원인은 단순한 경제력 문제가 아니라 소비 행태의 왜곡"이라며 "국내에서는 극도로 절약하며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해외여행에는 몇 배의 비용을 지출하고 만족하는 현상이 만연하다면 국내 여행 활성화는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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