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한국 경제에 대한 쓴소리가 한층 강해졌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질문에 대해 "현재 상황에선 경제성장률이 1.8%만 돼도 다행이며,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사회적 갈등이 두려워 새로운 성장동력을 외면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창용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평균 잠재성장률이 1.8%인 것과 관련해 더욱 경기를 부양해야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년 잠재성장률이 1.8% 수준이면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좋은 가운데 우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더 크게 발전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우리는 고도성장에 익숙해 1.8% 성장률은 너무 힘들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우리 실력이 이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구조조정을 안해왔기에 기존 산업에만 의존했는데, 기존 산업은 중국 등이 큰 경쟁력을 가지게 됐고 (이에 대응한) 새 성장동력 산업을 안키우고 있다"면서 "(여기에) 고령화 상황이 왔는데도 해외 노동자를 안데려온 상황에서 1.9% 이상 성장을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총재는 "(구조조정 없이 성장률을 높이려면) 할수 있는게 재정정책과 금리인하인데, 이는 가계대출 증가와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부작용으로 나라 전체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내년에 성장률이 1.8%라면 받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더 높게 성장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한국이 수출중심 경제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 3~4년 사이 수출경쟁력 감소로 수출산업으로 인한 낙수효과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수출이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고 그 효과가 큰 건 사실이지만 경제성장률에서 순수출이 기여하는 부분을 보면 지난 몇년을 보더라도 크게 줄었다"면서 "지난해 반도체 등 대표 수출품이 많이 팔리고 경제성장률이 2%였을 때도 순수출이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은 거의 0% 수준이었으며 지난 3~4년간 이러한 기조가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수출산업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우리 수출 경쟁력이 많이 낮아졌기에 수출로 만의 낙수효과가 없다"면서 "금리인하는 단기적 고통 완화에 불과하며 산업구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실기가 현재의 경제 위기를 자초했다고 이 총재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뼈아프게 느껴야 하는 것은, 지난 10년간 새 산업 도입이 없었던 것"이라며 "새 산업을 도입하려면 창조적 파괴를 통해 누군가는 고통 받아야 하는데, 사회적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 피하면서 새 산업을 하나도 안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PF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총재는 쓴소리를 이어갔다.
이 총재는 "새로운 산업 개발보다 부동산 투자가 안전하다며 많은 자본이 부동산에 유입됐고, 위험에 대한 생각 없이 투자한 것을 이제야 조정하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은 부동산 PF에 너무 많은 집중투자가 된 것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파산할 곳은 파산하고, 파산을 하지 않은 곳은 땅을 싼 가격에 팔고, 그 판 땅을 다른 사람이 인수하는 등의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 살릴 수도 없지만, (다 살리는 선택은) 과거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연착륙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어려운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구조조정되는 과정을 빨리 해결해 기업을 살릴게 아니라 산업이 안정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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