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IBK기업은행에 제1금융권 최초로 복수노조(제2노조)가 출범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기존 노조의 선거 공약 미이행과 정치적 이슈의 과도한 관심 등에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이 모이게 됐다. 금융권에선 대대적인 총파업으로 뭉쳤던 IBK기업은행 노조가 내부 불협화음을 내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에 최근 새로운 노조인 'IBK바른노동조합'이 출범했다. 기존 한국노총 산하 IBK기업은행 노조에 이어 하나 더 추가돼 복수 노조 체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바른노조는 제1노조인 한국은행 금융노조 산하 IBK기업은행지부 현 집행부의 선거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지나친 '정치 세력화'에 대한 반발로 설립됐다.
바른노조에 따르면 기존 노조의 선거 공약인 '2024년 12월 안에 1600만원 지급, 중식대 경정청구 12월 내 지급, 특별성과급 도입 및 수당 증액·신설 등' 주요 공약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일부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졌다.
바른노조는 17일 기준 약 450명(550명 중 중복 가입자 제외)의 조합원이 가입 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 대상은 5급 행원, 4급 책임자, 3급 팀장, 시간선택제 직원, 계약직원 등 경영담당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능하다. 바른노조는 오는 28일까지 조합원 모집을 지속할 예정이다. 기존 제1노조의 조합원은 8000명 수준이다.
바른노조는 △사내근로복지기금(2000억원)을 활용한 복지(건겅검진·중식대 지원 등) 확대 △기관경영평가 시 업적성과급 지급률 상향(최대 400%까지) △대기업·금융회사 제휴 혜택 강화 등을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기존 노조가 단독 총파업까지 단행하면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새 노조가 출범해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사측은 기존 노조와 협상을 이어온 만큼 이번 임단협 협상까지는 현 노조 집행부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복수 노조가 설립되면 보통 노조들끼리 합의를 해서 사측과 일원화된 내용으로 합의하는데 입장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향후 의견을 한 데 모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시선도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복수노조 체제인 기업은행은 임단협시 노동조합법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기존 노조는 은행의 실적 목표가 노조와의 제대로 된 합의 없이 설정됐다고 주장하며 최근 서울 중구 본사에 위치한 은행장실 앞을 점거하기도 했다. 앞서 기업은행은 퇴직연금과 카드이용대금을 포함한 총 30개 항목의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 중 노조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퇴직연금 판매실적을 작년보다 14% 늘리는 내용이다.
금융권에선 대대적인 총파업으로 뭉쳤던 IBK기업은행 노조가 내부 불협화음을 내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K기업은행의 임단협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노사뿐 아니라 노노 갈등까지 심화하는 국면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노조가) 잘 운영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다보니 중소기업들 지원이 많고 급여나 복지 수준이 시중은행 대비 부족하다보니 그런 불만이 커져서 복수노조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복수가 되면 현 노조와 신 노조가 불협화음이 생기고 오히려 힘이 약해질 수도 있다"며 "기업은행 직원들이 원하는 노사간의 합의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IBK기업은행이 임단협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속한 합의를 원하는 상황일텐데 복수노조 출범 등 내부분열이 전혀 도움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은행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할 듯 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