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경기 살리기에 나섰다. 트럼프 무역 장벽과 정국 불안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1.5% 내려간 것에 대응한 조치다. 최근 환율 상승세가 주춤한 것도 금리 인하의 부담을 다소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2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0%에서 0.25%포인트 낮춘 2.75%로 결정했다. 2%대 기준금리는 지난 2020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이로써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다시 벌어지게 됐다.
다만, 최근 환율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탄핵 정국 돌입 등으로 인해 지난 1월 1470원대까지 폭등했으나 2월 145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2월 25일 오전 10시 기준 1428원대로 내렸다.
한은은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정책에 수출 타격 우려가 높고,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과 콘트롤 타워 부재에 건설 투자 등 경기 하강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점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 경제 성장 동력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공식화했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점도 동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FF)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3월 FOMC에서 금리가 현행 연 4.25~4.5%로 동결될 확률을 95.5%로 예상하고 있다. 동결 확률은 한 달 전(72.4%)과 비교해 23.1%포인트 높아졌다.
경제 전망에서 한은은 올해 성장률로 지난 11월 전망치(1.9%)보다 0.4%포인트 낮아진 1.5%를 제시했다. 1월 수정 전망 1.6~1.7%보다는 0.1% 가량 낮다. 트럼프 신정부의 반도체와 철강 등 관세 폭탄에 따른 수출 타격과 내수가 우려된다는 점이 이유로 거론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로 제시됐다. 브렌트유가 최근 배럴당 74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며 11월 전망 전제치(73달러)보다 소폭 올랐고, 11월보다 크게 오른 고환율은 물가의 상방 요소다. 다만 지정학적 분쟁 완화와 경기 부진은 물가 압력을 낮추는 요소로 평가된다.
특히, 한은은 올해 1월 이례적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1.9%)에서 1.6~1.7%로 낮췄고. 이날 다시 1.5%로 더 내리면서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더했다. 이 가운데 정국 불안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절실해졌다는 평가다.
한편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번 금리 결정 이후 추가 인하 시에는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소강상태인데다 추경 결정과 물가 추이 등도 지켜보면서 추가 인하 시점이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성장둔화 및 이에 따른 완화정책을 이미 예고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은 2월 금리 인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인하를 하는 동시에 매파적인 성향을 드러내면서 추가 인하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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