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신동빈 롯데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롯데웰푸드가 '코코아 리스크'에 비상이 걸렸다. 이상기후, 병충해 등 문제로 코코아 생산이 급감하면서 원재료 수급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에 올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확장에 나서려던 롯데웰푸드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콜릿 원료로 사용되는 코코아(카카오 열매를 가공한 것)가 극심한 작황 부진을 겪으면서 가격이 사상 최고로 오르고 있다.
전 세계 코코아의 약 70%를 생산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폭염, 폭우, 병충해 등이 발생하면서 코코아 가격이 최근 2년 사이 3배 이상 급등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톤당 평균 2000~30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던 국제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1만20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톤당 91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코아 시세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한다. 병에 걸린 카카오 나무를 베고 다시 심은 뒤 수확하려면 시간이 걸는 탓이다. 일반적으로 새 카카오 나무를 심고 수확하기까지는 최대 6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국내 코코아 수입 1위 업체인 롯데웰푸드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K-푸드 열풍을 타고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려던 와중에 가장 중요한 원재료인 코코아 수급이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나 롯데웰푸드는 코코아를 1차적으로 가공한 매스(가루)가 아닌 코코아 원두 자체를 수입하고 있어 글로벌 가격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원두를 직접 수입해 가공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국제 가격에 영향을 더 직접접으로 받는 편"이라며 "코코아 가격은 이미 지난 2023년부터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톤당 2000~30000달러 수준이던 코코아 가격이 지난해 급등하자 롯데웰푸드는 결국 제품 가격을 올려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6월에는 초콜릿류 상품의 가격을 평균 12% 올렸고 올해 들어서도 초콜릿류 건·빙과 제품 26종 가격을 평균 9.5% 추가로 인상했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코코아 수급이 안정되려면 짧아도 4~5년은 걸리는데다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까지 1400원대로 뛰면서 사업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롯데웰푸드의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특히나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그룹 모태인 제과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어 부담이 크다.
신 회장은 롯데웰푸드가 인수한 초콜릿 업체인 길리안의 경영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벨기에를 방문한데 이어 10월에는 가나를 찾아 카카오 수급 현황을 직접 살폈다. 또 이달 초에는 롯데웰푸드의 인도 신공장 준공식을 찾아 "롯데의 글로벌 식품 사업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해외시장 개척을 독려했다.
지난해 아쉬운 성과를 기록한 롯데웰푸드 입장에서는 올해 위기 극복을 통한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443억원, 영업이익 15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반면 11.3% 감소했다.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것이 영업이익에 영향을 줬다. 때문에 올해는 코코아 공급망을 최대한 다변화해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코코아 수급이 어려운 만큼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며 "올해는 기존 서아프리카 외에도 코코아가 생산되는 중남미 등으로 공급망을 넓혀 수급 차질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