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해 주식 가치가 2배 넘게 오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마침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마저 제치고 국내 주식 부호 2위로 올라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부동의 '톱'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격차도 1조원가량까지 줄이면서 주식 부호 왕좌가 교체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지난 20일 기준 주식평가액은 12조228억원이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9774만7034주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로서 이 지분이 개인 주식 가치로 환산된 수치다.
조 회장의 주식 가치는 한국CXO연구소가 지난 21일 발표한 국내 주식평가액 순위에서 2위에 해당한다. 1위는 같은 날 13조1848억원을 보유한 이재용 회장, 3위는 10조4366억원으로 평가된 서정진 회장이다. 조 회장이 처음으로 '10조 클럽'(주식평가액 10조원)에 가입한 지난해 10월 조사까지만 해도 조 회장은 이 회장과 서 회장에 이은 3위였으나 넉 달 만에 '톱3' 순서가 바뀌었다.
특히 조 회장의 주식평가액을 지난 2023년 말과 비교하면 약 3배가량 올라 놀라운 상승세가 엿보인다. 당시 조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약 4조원가량이었으나 지난해 1월 6조원대로 진입했고 8월 9조원대, 10월 10조원을 넘겼다. 올해 들어서도 11조원을 돌파하더니 얼마 있다가 12조원을 돌파하면서 이재용 회장의 순위마저 넘보게 됐다.
조 회장의 주식평가액이 급격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역시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가 상승한 것이 첫번째로 꼽힌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하반기 시장에서 5만원대에 거래됐으나 2024년 1월 국내 금융주들이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바람을 타고 동반 상승할 때 7만원대 중반까지 올랐고 지난해 말부터 9만원대를 넘어선 후 최근 메리츠금융지주가 2024년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21일 장중 최고 12만7100원까지 치솟았다.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이 가격은 1년 전(2024년 2월 21일, 7만5000원) 대비 69.4% 오른 결과다.
메리츠금융지주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라는 점도 조 회장의 주식평가액이 급격이 오른 원인으로 풀이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022년만 해도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코스피에 함께 상장돼 있었으나, 2023년 2월과 5월 각각 상장 폐지되면서 유일하게 시장에 남아 있다. 당시 실적은 물론 주가도 승승장구 하던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상장 폐지는 2022년 말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발표에 따라 자발적으로 결정됐다. 이는 조 회장의 올해 2월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율이 51.25%로 지난 2022년 말(75.8%)보다 오히려 줄었음에도 다른 주식 부호보다 유독 높은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개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19.93%)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어 주식을 평가하는 방법에서 조 회장과 차이를 보인다. 비상장사인 셀트리온홀딩스(98.1%)로 셀트리온그룹 내 두 상장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을 지배하고 있는 서정진 회장도 마찬가지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단 한곳의 주식 지분만 들고 있으나 여전히 개인 주식 비중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주식평가액이 오르면서 순위도 2위까지 끌어올린 셈이다.
동시에 이는 조 회장의 주식평가액 순위가 언제든 뒤바뀔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도 해석된다. 조 회장의 주식평가액 상승세가 어느덧 이 회장을 위협할 수준까지 따라왔으나, 향후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흐름에 따라 가파르던 상승 곡선이 아래 방향으로 크게 꺾일 수도 있어서다. 더욱 큰 규모의 상장사들을 움직이고 있는 이재용 회장이나 서정진 회장 또한 향후 삼성전자, 셀트리온 등 주가가 오르면 격차나 순위가 움직일 여지도 남아있다.
이에 증권가도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 흐름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호실적으로 증명한 리스크 감소와 올해까지 순이익 중 50% 이상을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책 등이 메리츠금융지주의 하방 압력을 방어하는 요인으로 해석되면서 더 오를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 우선 지배적이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속적인 자기주식 매입으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당분간 자기주식 중심의 주주환원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내부적으로 강력한 실적 성장을 예상한고 밝혔는데 향후 실적으로 나타날 경우 예상 주주환원 규모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간 메리츠금융지주의 손익 부담 요소였던 해외부동산 관련 수익증권 감액이 올해부터 상당 부분 해소돼 증익 기대감이 유효하며 일평균 50억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 수급을 고려할 때 굳이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