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리스크' 떠안은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 연임 배경은?
  • 이라진 기자
  • 입력: 2025.02.24 15:16 / 수정: 2025.02.24 15:16
지난해 호실적·종투사 진입 목표 영향
'랩·신탁 돌려막기' 중징계 '오점'···주주 불만·노사 갈등 '숙제'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사진)의 세 번째 연임안은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교보증권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사진)의 세 번째 연임안은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교보증권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의 연임이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내달 말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2년 동안 교보증권을 더 이끌게 된다. 일명 '랩·신탁 돌려막기'로 중징계를 받고, 행위의 승인 주체로 '문책경고'를 받은 이력이 있는 이 대표가 연임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이석기 대표의 세 번째 연임안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대표의 연임은 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의 지분율이 84%에 달하기에 이번 연임안이 주총에서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교보증권은 박봉권·이석기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대표는 경영지원총괄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부문을 맡고 있다.

이 대표의 이번 세 번째 연임에는 지난해 S&T 부문에서의 실적 확대 성과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교보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163억원으로 전년 대비 6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늘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증권업계 10위에 올라섰다.

또한 교보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로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사회도 종투사 진입에 힘을 싣기 위해 연속성 측면에서 이 대표의 연임을 의결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보증권은 종투사 진입을 위해 조직개편과 임직원 인사를 단행하는 등 준비에 한창이다.

교보증권의 종투사로의 진입에 대한 의지는 이 대표가 연초 내세운 올해 경영방침과 목표에도 나타난다. 이 대표는 올해 1월 '2025 출발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는 다양한 변수가 내재된 대내외 경제환경으로 그 어느 때보다 피벗(pivot), 즉 전환이 중요하다"며 "변화와 혁신 가속화를 통해 고객 중심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 대형사 진입을 위한 지속가능 성장을 펼치자"고 말했다.

다만, 교보증권이 최근 금융위로부터 채권형 랩·신탁을 불법 운용해 '기관경고' 조치의 제제를 받은 점이 경영자로서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교보증권을 포함한 하나증권, KB증권 등 9개 증권사가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교보증권의 경우 유일하게 사모펀드 신규 설정과 관련해 1개월간 업무 일부정지 처분도 받았다. 금융위의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순으로,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돼 교보증권은 중징계 이상의 처벌을 받은 셈이다.

또한 이 대표는 해당 불법 행위의 승인 주체로 판단을 받아 중징계인 '문책경고' 조치를 사전통보 받았었다. 이에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로 제재 수위가 경감되면서 연임이 가능해졌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처분받을 경우 연임이 불가함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아울러 이 대표가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과 노조와의 갈등 등 풀어야 할 숙제를 갖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대표가 취임한 2021년 3월 대비 교보증권의 주가는 이달 21일 기준 9.14% 빠졌다. 이달 교보증권이 소액주주에게 보통주 1주당 500원씩 현금배당, 최대주주는 무배당하는 안건을 의결하는 등 주주환원책을 펼치면서 주가가 6000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주주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교보증권 노조는 지난해 5월 통상임금 지급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선거일에 신입사원을 소집하고, 여성 직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이 대표와 노조 간의 갈등은 풀리지 않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회의 이 대표 연임 결정은 제재 부담보다 교보증권 숙원사업인 종투사 입성 이후 선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다고 비춰진다. (이 대표) 취임 원년인 2021년 역대 최대 수익을 냈고 지난해 다시 실적 반등을 이끈 리더십도 인정받는 분위기"라며 "랩·신탁 돌려막기 관련 영업정지는 뼈아프나 징계에 대한 책임론이나 일부 주주들의 불만, 노사 갈등 등은 연임 후 해소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raji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