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우리자산신탁이 책임준공형으로 수탁한 '충남 아산 탕정 지식산업센터'의 부실을 떠안게 됐다. 게다가 수분양자들은 신탁사의 업무해태 및 도덕적 해이로 인한 의무 미이행을 주장하며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우리자산신탁은 오시공은 시공사에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인 데다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공급 계약서에 따라 계약금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부실이 우리자산신탁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분양자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충남 아산시 탕정지구에서 건립 중인 지식산업센터 '플렉스온' 프로젝트가 준공 지연, 부실시공 논란, 분양계약 해제 요구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해당 사업은 2022년 3월부터 충남 아산 탕정면 용두리 696번지에 지식산업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당시 계약에 따라 시공은 더블유건설이, 신탁은 우리자산신탁이 맡았다. 더블유건설은 지난해 3월29일까지 책임준공을 약정했다. 우리자산신탁의 책임준공기한은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된 지난해 9월29일까지였다.
문제는 더블유건설이 경영난으로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져 신탁사로 책준 의무가 넘어가면서 시작됐다. 더블유건설은 책준을 지키지 못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부터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준공 책임이 신탁사로 넘어가면서 우리자산신탁은 사업 정상화를 위해 390억원 규모의 신탁계정대를 투입하게 됐다. 해당 자금은 회수 기간이 3개월 이상 연체되면서 우리자산신탁의 부실자산으로 분류됐다.
분양계약자들은 시공사 파산 이후 지금의 시공사인 태조건설로 교체하고 지난해 8월에 9월 입주한다는 안내문 수령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준공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계약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신탁사로부터 분양계약의 유지 여부를 묻는 설문지를 수령했다. 분양계약 해제하는 대신 계약금은 1년 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한 수분양자는 "계약서대로라면 이미 입주가 가능해야 했는데, 지금은 계약해제 후 해제일로부터 1년 이내 계약금을 반환하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수분양자 역시 "계약 당시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우리자산신탁이 책임지고 준공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해 믿고 분양 계약 체결했는데 오히려 일방적인 통보로 피눈물이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시행사 "신탁사 미온 대응으로 시공사 교체 2개월 지연… 손실 수백억"
시공사였던 더블유건설의 자금난이 드러난 지난해 3~4월경부터 조기 대체시공을 논의했음에도 우리자산신탁이 '책임준공 기한은 9월까지'라며 소극 대응을 보여 두 달간 허비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해당 사업 시행사(위탁자) 대표는 금융감독원에 1차 민원서류를 제출하기도 했다. 시행사는 금감원에 제출한 민원서류를 통해 "책임준공 확약을 내건 신탁사가 오히려 고금리·고수수료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자산신탁이 오시공(불연재료 미사용)을 7월부터 알았음에도, 9월 입주를 밀어붙이려다 민원 폭주로 인허가청의 사용승인 신청이 보류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려 신탁계약서에 '신탁사무처리비용을 수탁자가 불가피하게 일시 대지급 하는 경우, 국세청장이 지정고시한 당좌대출 이자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수탁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내부규정에 의한 이자율이라며 10%가 넘는 금리를 부과하고, 이자 명목 이외에도 3%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며 '폭리'를 주장했다.
시행사 대표는 "지금도 이미 공사비만 700억원 이상 들어가 손실이 눈덩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금감원에선 민원 건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종결 처리됐다. 이에 시행사에서는 2차 민원서류 제출을 준비 중이다.
수분양자들은 우리자산신탁사의 업무해태 및 도덕적 해이로 인한 의무 미이행으로 사업자와 분양계약자들의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플렉스온 분양계약 피해자 모임 집회를 열기도 했다. 피해자 300명 중 100명은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분양계약 해제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단5233099 계약해제 등 청구의 소 및 서울고법 2023나2039077 계약해제 등 청구의 소에 대한 판례를 보면 입주기간 지연 등으로 분양계약이 해제되는 경우 시행사와 신탁사가 연대해 반환책임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하고, 입주기간이 과도하게 지난 경우 신탁사는 즉시 분양계약을 해제해 줘야 한다고 보고 있다.
◆ 우리자산신탁 "오시공 해결 과정…준공 밀어붙인 적 없어"
다만, 우리자산신탁은 불량 마감재(불연재료 미적용)를 알고도 준공을 밀어붙이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건물의 시공과 관련해서는 시공사에서 책임지고 시행사도 확인을 거쳐야 하는데 오히려 서류 심사 과정에서 불연재료 적용 기준이 애매한 부분에 대해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자산신탁 관계자는 "시행사에서 2024년 9월 입주를 안내한 사실은 있으나, 민원 폭주로 인허가청이 승인을 보류한 사실은 없다"며 "당사가 준공지연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인허가청에 사용승인 처리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분양자와 체결한 공급계약서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며 "준공에 부족한 부분은 현재 신탁사 고유자금을 투입해 계속 공사 중"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또는 국토부 등) 차원의 조사·제재 가능성에 대해선 "조사가 있을 경우 성실히 조사에 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공급 계약서에 신탁사는 신탁 재산 범위 내에서만 반환 의무를 부담해 계약금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반박한다. 플렉스온 공급계약서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우리자산신탁은 반환책임을 지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책임을 지더라도 신탁재산(현금) 범위내에서만 책임진다'고 명시돼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우리자산신탁에 따르면 계약서상 신탁 재산 범위 내에서만 반환 책임을 지게 돼 있으나 중도금 대출 미상환이 장기간 이어져 수분양자들에게 피해가 발생될 것을 우려해 상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수분양자 상당수가 조건에 동의하는 의사결정을 받으려고 준비 중이라는 설명이다.
◆ 우리금융, 자산신탁 자금 수혈로 유동성 확보…책준 부실 민낯 드러나
우리자산신탁의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유상증자로 2099억원을 투입하는 등 선제적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부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2019년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했으며, 2023년 우리금융지주가 지분 98.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우리자산신탁으로부터 보고받았으며 분양자나 연관돼 있는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금감원은 최근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 비율(CET1)이 0.1~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2.08%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2%는 웃돌았다.
우리자산신탁의 지속적인 손실, 고위험 투자 확대로 우리금융의 자본 비율이 그리 건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안정성과 자본적정성의 의미를 떨어져서 생각할게 아니다"라며 "지금의 위험가중자산들이 이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