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영풍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위법했다며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심문이 21일 열렸다. 법원의 임시주총 적법성 판단 결과에 따라 다음 달 양측 정기주총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영풍은 지난달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로 신청했다. 결의로 선임된 이사회 구성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최 회장 측은 임시 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고려아연 해외 자회사(손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가 575억원을 들여 영풍 주식 10.3%(19만226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다음 날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되면서 상법상 상호주 제한 규정으로 영풍 측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 영풍·MBK 연합 합산 고려아연 지분은 약 40%다. 이중 영풍 단일 지분은 25%다.
최 회장 측은 영풍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면서 경영권을 지킬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이사 수 상한 안건 등을 통과시켰다. 당시 최 회장 측 인사를 대거 이사회에 진입시켰다. 영풍·MBK 연합은 위법적인 제한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가처분도 냈다.
법원은 이날 늦어도 다음 달 첫째 주까지 가처분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정기주총 일정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3월 7일 전에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SMC가 주식회사인지, 유한회사인지가 쟁점이라고 본다.
영풍은 지난 2006년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금지하는 상호출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고려아연은 해외 계열사를 통한 것으로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영풍이 언급한 사건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A증권회사가 B종합금융회사를 흡수 합병하면서 취득한 계열회사 C생명보험회사 주식을 은행에 신탁한 것이 상호출자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던 사건이다. 대법원은 관련한 공정위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별개로 의장 권한이 크기에 의결권 제한 행위를 뒤집는 법원 판단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임시주총 당시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 의사도 충분히 반영된 점도 당시 결의를 뒤집기 어려운 점으로 언급된다. 가처분 판단 이후 본안으로 소송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
양측은 다음 달 정기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 회장 측 가족회사인 영풍정밀은 영풍을 상대로 집중투표제 도입 등 안건을 주총에 상정해야 한다며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분리선임 등 주주제안도 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최 회장 측의 영풍 이사회 진입 길이 열린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과 SMC를 통해 영풍 지분 15.15%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가처분 심문기일은 오는 24일 오후 3시 50분에 열린다.
영풍 측은 임시주총을 반면교사 삼아 다음 달 정기 주총에서 의장 자체를 교체하는 안건을 추진한다. 영풍·MBK 연합은 임시 의장 선임과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주주 제안했다. 최 회장 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임시주총 위법성 여부 판단에 따라 양측 의안상정 가처분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기각할 경우 최 회장 측은 무리 없이 영풍 경영권 확보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반면 인용 결정하면 영풍·MBK 연합은 정기주총을 거쳐 이사회 진입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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