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추고 비주력사업 팔고…석화업계, 몸집 줄이기로 불황 대비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02.21 10:46 / 수정: 2025.02.21 10:46
업황 악화 '장기전 대비'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
LG화학 대산공장 무기한 중지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공장을 멈추는 등 몸집 줄이기로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더팩트 DB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공장을 멈추는 등 '몸집 줄이기'로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공장을 멈추는 등 '몸집 줄이기'로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다만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근본적 재무 부담을 씻어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19일 이사회를 열고 고순도테레프탈산(PTA)를 생산하는 파키스탄 자회사 LCPL을 약 979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내 파키스탄계 사모펀드 API와 석화업체 몽타주오일 DMCC과의 매각 거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파키스탄 현지 중앙은행에서 외화반출을 금지해 지난 2022년부터 3년간 수령하지 못한 배당 미수령액 약 296억원도 지난해 6월 수취 완료해 총 1275억원을 확보했다.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석화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석화업계는 지난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LG화학,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주요 4사 중 금호석유화학만 흑자를 냈다. 금호석유화학은 작년 매출 7조1550억원, 영업이익 2728억원을 올렸다.

이에 반해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13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 역시 각각 3002억원, 8948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화솔루션은 적자전환했고, 롯데케미칼은 3년 연속 적자 늪에 빠졌다.

업황 불황,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둔화 등 복합적 이유로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적자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올해도 여전히 영업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고, 반등 시점 전망이 쉽지 않다는 업계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업계는 비핵심 사업 매각과 설비투자(CAPEX) 규모 축소 등을 통해 재무 구조를 탄탄히 하겠다는 분위기다. 결국 불황을 최대한 견디면서 유동성을 확보,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공장을 멈추는 등 몸집 줄이기로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더팩트 DB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공장을 멈추는 등 '몸집 줄이기'로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더팩트 DB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의 몸집을 줄이기로 하고 여수NCC 2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생산 중이던 충남 대산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PBAT) 공장 가동 중단에도 돌입했다. 당분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도 스티로폼 원료 스틸렌모노머(SM)를 생산하던 여수 SM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와 함께 CAPEX 규모도 2조원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당초 4조원 수준의 투자를 계획했지만 업황이 좋지 않아 축소했다.

효성화학은 '알짜'로 불리는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각했다.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 9779%를 기록하면서 부채 규모를 감당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특수가스사업부의 매각가는 1조3000억원이었지만 결국 9200억원에 매각이 이뤄졌다.

효성화학은 베트남법인에 대해서도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효성그룹은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을 통해 베트남에 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지만 설비 결함으로 공장 가동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이 1600억원을 넘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했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이 여전한 만큼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합성 고무 등 일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은 시황이 비교적 양호하지만 범용 석화 제품은 중국산 제품에 비해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까지 석유화학 산업에서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이들은 원유에서 곧바로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기술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또 다른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4일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데다 중동, 중국의 신증설 지속으로 시황의 낙관적인 전망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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