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정부가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직접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악성 미분양) 3000가구를 매입하기로 한 것.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겠다고 밝힌 것은 쌓여가는 물량 수준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악성 미분양은 10년 5개월 만에 2만 가구를 넘긴 상황이다. 악성 미분양은 지방 건설사 경영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실제 관련 문제로 자금난을 버티지 못한 상당 수의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문을 닫았다. 업계에서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반쪽짜리 방안에 그친다고 봤다.
정부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합동으로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역 건설경기 살리기 방안을 발표했다. 건설투자는 줄고, 주택시장 매수심리도 위축되는 등 지방 경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지방 중심의 수주 감소 영향으로 투자·고용 부진이 장기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역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에 정부는 민생경제 대응 계획 일환으로 이번 방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안에는 LH의 악성 미분양 3000가구 매입, 지방 악성 미분양 구입 시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 적용, 공사비 등 자금부담 완화 등이 담겼다. 재정 집행을 앞당기는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 지방 주택 수요 늘리기 집중…악성 미분양 해소 나선 정부
먼저 정부는 악성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3000가구 규모로 매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든든전세주택'을 활용할 방침이다. 든든전세주택은 세입자가 시세의 90% 수준 전세금으로 최소 6년간 거주하다가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유형이다.
이와 함께 지방 주택 수요를 늘리기 위해 현재 비(非)아파트에만 허용 중인 '매입형 등록 임대'를 전용면적 85㎡ 이하 악성 미분양 아파트에도 허용하기로 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하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도 올해 상반기 중에 출시 지원할 예정이다.
또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 구입 시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를 신설하고, 금융기관이 지방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확대할 경우 인센티브도 부여하기로 했다.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한시적 완화와 관련해서는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고 적용 범위와 비율을 오는 4~5월 중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미분양 주택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73가구로 전월(6만5146가구) 대비 7.7%(5027가구) 증가했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관련 물량은 2만1480가구로 전월(1만8644가구) 대비 15.2%(2836가구) 치솟았다. 10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2만 가구를 넘겼다.
미분양 적체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13.5로 전달(102.8) 보다 10.7포인트(p) 올랐다. 주산연 관계자는 "높은 금리부담과 대출규제, 경기침체 등 여러 원인으로 수요자의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업계·전문가 반응 환영과 역부족 공존…이유 들어보니
이번 방안을 두고 업계·전문가들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다. LH가 매입해주는 방안을 제외하고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대한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등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DSR 대출규제의 한시적 적용완화 등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LH가 3000가구 수준의 지방 악성 미분양을 매입하기로 한 것은 무주택자의 주거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를 신설하면 미분양 해소는 물론 실수요자 부담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 조기집행은 수주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사에 가뭄의 단비 같은 조치다"며 "다만 전반적인 주택수요를 진작할 수 있는 세제·금융 지원 등 핵심적인 유인책이 담기지 않은 점은 아쉽다. 빠른 시일 내에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의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실수요자를 위한 세제·금융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LH가 지방 악성 미분양 3000가구를 매입하는 방안은 단기적으로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는 것에 효과적인 정책"이라며 "그러나 현재 미분양 물량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입 규모가 부족해 시장 안정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매입 가격이 중요하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30~40% 할인된 가격으로 매입했던 전례를 보면 건설사와 가격 조율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별 수요를 고려한 차등 매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 주택 공급·수요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미분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신규 주택 공급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공급 조절이 필요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