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언급·상호관세 부과에 출렁이는 유가…최대 10달러 ↓ 전망도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02.20 11:46 / 수정: 2025.02.20 11:46
트럼프 대통령, 러·우 양측 전화…전쟁 종결 기대감에 국제유가 ↓
뱅크오브아메리카, "대러 제재 완화시 브렌트유 5~10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국제유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국제유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AP/뉴시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국제유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을 언급하자 급락한 유가는 상호관세 부과 계획에도 하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협상이 타결될 경우 국제유가가 현 시점에서 배럴당 최대 10달러 가량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미러 양국이 러우 전쟁 종전을 위한 합의에 이르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면 국제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대러 제재 완화로 시장 공급이 늘어날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5달러에서 10달러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방안을 논의하는 장관급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를 즉각 시작하자는 데 합의한 이후 성사된 자리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러 제재는 그동안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0일 러시아 주요 석유 업체를 비롯해 개인·단체 200곳 이상과 러시아산 석유를 몰래 수송하는 유조선 180여척 등에 대한 대규모 제재를 발표했다. 당시 WTI 가격은 지난해 10월 8일 이후 최고 수준인 배럴당 78.3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문을 연 관세 전쟁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으로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수요가 줄어 유가는 하락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달들어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전달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발표됐던 지난 13일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70.22달러까지 떨어지면서 70달러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움직임에 국제유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미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 유정의 원유시추기 펌프잭 뒤로 해가 지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움직임에 국제유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미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 유정의 원유시추기 펌프잭 뒤로 해가 지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상무부 및 무역대표부에 모든 교역국가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시행할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하워드 러트릭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오는 4월 1일까지 모든 내용을 검토할 것이며 이후 상호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를 당장 시행하지는 않는 만큼 시장에서는 4월까지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의 증산 연기 검토도 변수다. OPEC+는 당초 올 4월부터 매월 하루 12만 배럴씩, 내년 후반까지 총 220만 배럴의 공급을 회복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OPEC+ 회원국 일부가 국제 원유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며 현시점에서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증산 여부를 놓고 회원국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PEC+이 증산하지 않고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올해 글로벌 원유 공급은 수요를 하루 평균 45만 배럴 초과할 전망이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은 수급 불균형을 이유로 올해 말 이전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에 유가 하락을 위한 증산을 압박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희비가 엇갈린다. 높은 가격에 원유를 사들여와 판매하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유사가 원유를 구매하고 정제 후 판매까지 3개월가량 소요된다. 판매 시점에 유가가 하락하면 역래깅 효과로 수익성이 나빠진다.

고환율 국면에서 가뜩이나 유가 부담이 컸던 석유화학 업계는 유가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종전에 따른 러시아 제재가 다소 완화된다면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와 납사를 받아쓰는 중국과 대만의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경쟁력은 다소 약화될 것"이라며 "한국 업체는 제재가 풀리면서 러시아 납사를 조달하며 원가 열위 국면을 탈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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