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기업들이 중국 내 불황과 미국 관세를 피해 한국 시장에 직진출하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초가성비'를 무기로 한 C커머스의 안방 공습에 유통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만 C커머스를 통해 유통되는 제품의 품질은 여전히 논란이라 가성비만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중국산 제품을 직구 방식으로 판매하던 테무는 자사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할 한국인 판매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테무 플랫폼에서 한국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 방식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사실상 국내 시장 직진출을 선언한 테무는 현재 글로벌 물류 대행사를 통해 김포에 위치한 한 물류센터와 계약을 마치고 물류, 마케팅 등 분야의 국내 전문가 채용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무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2023년 10월부터 한국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K-Venue)를 론칭하고 입점 수수료 면제를 앞세워 한국 판매자를 급격히 늘린 알리익스프레스의 행보와 닮아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시장에 직진출한 이후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인 이용자는 지난 2022년 3월 218만명에서 지난달 912만4000여명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무도 알리익스프레스의 사례를 보고 국내 시장에서 사업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패션 이커머스 기업인 쉬인도 국내에서 뷰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전까지 직구 형태로 구매할 수 있었던 뷰티 제품들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자체 뷰티 브랜드인 '쉬글램'(sheglam) 판매를 시작했고 Z세대에서 인기 있는 중국 뷰티 브랜드 '쥬시'(joocyee)도 입점시켰다.
고물가로 인한 소비 부진에 국내 유통업계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초저가를 내세운 C커머스가 국내 장악력을 높여가자 업계는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고관세 이슈가 있는 미국 시장의 대안으로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로 미국의 800달러 이하 소액 소포 면세 혜택이 폐지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C커머스 업체들이 불리한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며 "중국 소비는 둔화하고 미국은 구매가 과거 대비 활발하지 않게 되면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확보한 한국을 주요 공략 시장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문제는 C커머스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내 기관들이 C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할 때마다 수시로 유해 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진행한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의 소비자 보호의무 이행 점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리·테무 등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소비자 문제를 경험한 비율은 1년간 28.8%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C커머스가 불량, 유해물질 등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초저가라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전문가는"C커머스가 국내 영향력을 키우려면 소비자들과의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C커머스는 품질 개선, 안전선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쉬인은 국제 3자 테스트 기관과 협력해 지난해 200만개 이상의 제품 안전성 테스트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에도 제품 품질과 소비자 안전을 위해 1500만달러 이상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