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지난달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공사비가 588억원 인상됐다. 세 번째 인상으로 공사비가 최초 계약(7458억원)의 두 배 수준(총 1조3817억원)까지 올랐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아파트의 시공사 GS건설이 조합 측에 공사비 증액분 2571억원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설계 변경·특화에 따른 추가 공사비 2288억원도 요구했다. GS건설이 요구한 추가 비용이 반영되면 평당 공사비는 797만원 수준으로 수주 당시 499만원에서 300만원가량 뛴다. 이미 세 차례 공사비가 올랐다.
공사비 증액 정비사업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시공사가 원자재가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다. 조합 입장에서 늘어난 공사비는 추가분담금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 소송 또는 시공사 교체로도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소송에 따른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향후 정비사업 수주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더라도 공사비 증액을 강행하는 건 손해를 보고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금리 인상,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비지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건설사들의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원가율이 100.6%를 기록했다. 2023년 94.3% 대비 6.3%포인트(p) 올랐다.
매출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자재가, 인건비 등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업계에선 80%대를 적정 원가율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조220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을 포함한 상장사 6곳의 지난해 평균 매출 원가율은 92.2%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이 가장 높았고, GS건설(91.3%), 대우건설(91.2%), HDC현대산업개발(90.9%)도 90%를 넘었다. DL이앤씨(89.8%)와 삼성물산 건설부문(89.4%)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4~5년 전 85% 안팎이었던 매출 원가율이 오른 건 인건비를 비롯한 공사비 급상승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사비지수는 130.18를 기록했다. 2020년을 기준치(100)로 삼았을 때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주 52시간 근무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원가가 커졌고 원자재가와과 인건비도 급등해 공사비 부담이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3년 전에 수주했던 공사현장의 준공 시기가 도래했지만 그 사이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는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면 손해를 떠안게 된다.
건설업계에선 최근 고환율 추세가 계속되자 건설 원자재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자재비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신규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사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건설기업의 경영여건이 급격히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의 불안이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현재 수행 중인 공사들이 이미 공사비 상승이 반영된 공사들이라는 점에서 볼 때 공사비 인상의 영향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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