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전 세계 30개국 3만1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5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39%는 내연기관차를, 31%는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는 9%로 2024년 15%, 2023년 17%보다 감소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전기차 구매 시 경제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구매 결정 요인으로는 △연료비 절감(57%) △환경 보호(43%) △유지보수 비용 절감(38%)이 꼽혔다.
그러나 전기차 확산의 걸림돌로는 △긴 충전 시간 △짧은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지적됐다. 보고서는 "중국 전기자동차 제조 브랜드 지커(Zeekr)가 초고속 충전소 이용 시 10분 30초 만에 최대 80%까지 충전되는 배터리를 공개한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소비자들은 충전소 접근성, 보안 및 편의 시설보다 빠른 충전 시간이 중요하다고 답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전기차 대중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이른바 '전환 단계'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해 별도의 충전이 필요 없으며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크다. 다만 전기차에 비해 배출가스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완전한 친환경차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완성차 5개 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총판매 대수는 136만4750대로 집계됐다. 이 중 하이브리드 차량은 36만1151대가 판매, 전체 판매량의 26.5%를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가 시장 점유율 20%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2020년 7.9%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비중은 2021년 10.4%, 2022년 13.2%, 2023년 19.5%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5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연료비와 유지비, 감가상각률까지 포함한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는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전기차는 초기 구매 비용이 높지만 보조금이 적용되면 부담이 줄어들고, 연료비가 저렴하며 엔진 부품이 없어 유지비도 낮은 편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내연기관차보다 연료비가 절감되지만, 전기차보다는 비싸며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감가상각률을 고려하면 전기차는 배터리 성능 저하로 인해 중고차 가격 변동성이 크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업계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한 중간 단계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내다봤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는 충전 인프라 걱정 없이 친환경차를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기술 발전과 충전 인프라 확대로 인해 전기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부족이 단기적으로는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출시하면 2025년 이후 시장 흐름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초기 비용과 유지비, 충전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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