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면한 하나증권, '돌려막기' 털고 초대형IB 속도내나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2.20 10:43 / 수정: 2025.02.20 10:43
채권 돌려막기 징계 수위, 영업정지→기관경고로 수위 낮아져
내부통제 강화·당국 취지 맞아야 한다는 시각도
하나증권은 지난 19일 금융위가 채권 돌려막기 징계를 내린 증권사 명단에 포함됐으나 원안보다 징계 수위가 경감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팩트 DB
하나증권은 지난 19일 금융위가 채권 돌려막기 징계를 내린 증권사 명단에 포함됐으나 원안보다 징계 수위가 경감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초대형IB 인가 심사를 준비하던 하나증권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융 당국이 국내 증권사들의 랩·신탁 돌려막기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릴 때 하나증권은 원안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초대형IB 인가 심사에서 탈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최종 심의에서는 징계 수위가 낮아지면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전날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관련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의 투자 손실을 보전해 징계를 받고 총 289억72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 증권사 9곳 중 한 곳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교보증권은 일부 영업정지 처분을, 하나증권은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유진투자증권·유안타증권과 함께 기관경고를 받았다. SK증권은 경징계인 기관주의로 조치됐다.

하나증권이 당국으로부터 받은 기관경고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다만 영업정지는 면했기 때문에 징계가 추진하던 사업에 제약이 걸리거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하나증권이 원안보다 최종 심의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진 배경으로는 자체 내부 감사와 손실 고객과 사적 화해 등 사후 수습 노력 등이 엿보였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이 이번 징계를 계기로 전사적 내부통제 라인을 더욱 강화하고, 무엇보다 적극 추진 중인 초대형IB 도전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연임을 확정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올해 주요 과제로 초대형IB 인가를 꼽은 만큼 심사를 위한 초석을 공고히 다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초대형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라면 어느 곳이나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심사를 통과하면 신용공여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200%까지 늘어나고, 발행어음업 사업도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모든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늘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5곳이 초대형IB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나증권은 초대형IB 인가를 받지 않은 증권사 중에서 메리츠증권 다음으로 자기자본이 많다.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조9792억원이다. 또 발행어음업 수행을 위한 제도나 시스템, 인력 등 준비 과정도 밟고 있기 때문에 인가만 받는다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국내에서는 5번째로 발행어음업에 진출할 전망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초대형IB로의 성장을 지속하고 모험자본 공급확대, 금융그룹 내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다음으로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증권사에 이름을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하나증권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다음으로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증권사에 이름을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올해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를 경계하면서 모험자본 공급을 강조하고 있어 초대형IB 인가를 수월하게 받아낼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등 발행어음업을 영위하는 증권사 4곳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한 발행어음은 고작 1.9%에 그친다.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곳이 당국의 취지에 맞지 않게 모험자본을 공급하지 않고 자사의 수익성 제고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면 심사 기준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랩·신탁 돌려막기 혐의로 받은 징계 역시 수위가 낮아졌더라도 중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번 무더기 징계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도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또 2023년부터 이어진 피닉스다트 투자 피해자 모임의 소송 건이 종결되지 않았고, 당시 불법 자전거래에 대한 징계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초대형IB 인가를 위한 하나증권의 몸집 불리기를 도덕적인 잣대로 접근하면 아직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는 견해도 일부 나오는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나증권의 징계 수위가 원안보다 경감되면서 초대형IB 인가 신청을 앞두고 부담을 덜어놓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초대형IB 심사 기준이 내부통제 시스템과 재무건전성 평가에 있고, 초대형IB 인가의 주목적인 발행어음업에 대한 당국 취지 이행 등을 고려하면 관리와 관련된 의구심을 해소하고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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