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성장에서 협력으로…네이버·카카오, 한경협 합류 배경
  • 조소현 기자
  • 입력: 2025.02.19 16:41 / 수정: 2025.02.19 16:41
한경협, 20일 정기 총회…신규 회원사 가입 안건 승인
네이버·카카오 가입 신청서 제출…"협력 위해 신청"
네이버·카카오가 오는 2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가입한다. /더팩트DB
네이버·카카오가 오는 2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가입한다. /더팩트DB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네이버·카카오가 오는 20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가입한다. 한경협이 지속적으로 가입을 요청해 온 가운데, 두 회사는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다가 이번에 이를 받아들였다. 업계에서는 대내외 협력의 필요성이 커진 점이 결정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오는 20일 정기 총회를 열고 신규 회원사 가입 안건을 승인한다. 이번에 가입 신청서를 낸 기업에는 네이버·카카오가 포함됐다.

두 회사가 한경협에 가입 신청을 한 것은 신중한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앞서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2023년 네이버·카카오에 회원 가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내부 검토를 진행하며 가입을 심사숙고했다. 전경련이 가입 요청을 한 것은 외연 확장을 위해 IT 기업을 포함한 신규 회원사를 유치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중했던 두 회사가 가입을 결정한 것은 독립적인 성장 전략에 한계를 인식, 다른 기업과 협력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카카오는 이미 금융, 유통,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 대기업들과 경쟁하거나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사업 구조상 점점 더 연계가 강화되는 환경에 놓여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경제단체에 합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지만, 최근 카카오 위기설 등으로 인해 기업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더 이상 독립적으로만 운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다른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역시 기술력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며, 협상력과 경영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경제단체 가입이 현실적인 선택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협은 오는 20일 정기 총회를 열고 신규 회원사 가입 안건을 승인한다. /이새롬 기자
한경협은 오는 20일 정기 총회를 열고 신규 회원사 가입 안건을 승인한다. /이새롬 기자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등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고, 외부적으로는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 활동과 입장을 대변해 줄 창구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네이버·카카오가 정책 대응을 염두에 두고 기존 대기업들과 협력하는 방향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 중요해지므로 전통적인 틀 안에서 협력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와 맞물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외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가 인공지능(AI)으로 바뀌고 있고, 미국 트럼프 정부 2기에 맞춰 경제인들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도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한국 경제 성장 동력 확충과 재계 협력을 위해서 (가입을) 신청했다"고 했다.

한경협 가입을 통해 네이버·카카오는 스타트업 출신 대기업의 대표 사례로 부각되며, 한경협 내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 교수는 "한국 기업의 성장 서사를 보면 많은 기업이 정권의 도움을 받아 시작했거나 기존 업종에서 변화해 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네이버·카카오는 전형적인 K-스타트업 모델로,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성공 사례에 가깝다"며 "한경협은 K-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강조하고, 네이버·카카오 사례를 대표적으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도 글로벌 스타트업과 견줄만한 성공 사례가 있음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카카오의 한경협 합류는 한경협의 기업가 정신과 K-스타트업 붐을 다시 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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