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엔 새 집 짓자…재건축 선회하는 리모델링 조합들
  • 공미나 기자
  • 입력: 2025.02.19 00:00 / 수정: 2025.02.19 00:00
성원대치2단지·응봉대림1차 등 재건축으로 방향 틀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공사비 급등 등이 이유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를 비롯해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팩트 DB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를 비롯해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공미나 기자]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공사비 상승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는 오는 22일 조합 해산총회를 연다. 2008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고 약 17년 만이다. 이 단지는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 선회를 목표로 한다.

1992년 준공된 성원대치2단지는 용적률이 175%로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소형 평수로만 이뤄진 단지이기에 평균 대지지분이 작아 당초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이후 수직증축 계획이 무산되는 등 여러 난관에 부딪히며 사업이 지연됐다.

주민들도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더 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성원대치2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재건축 선회에 대한 소유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라며 총회 투표에서 주민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동구 응봉동 응봉대림1차도 20여 년 전부터 추진해 온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재건축으로 사업 유형을 전환했다. 이곳은 1986년 준공된 노후 단지다. 2006년 조합을 설립해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마땅한 사업 진전이 없자 2022년 리모델링 조합을 해산했다. 응봉대림1차는 재건축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뒤 지난해 말 재건축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곳은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360%를 적용받아 현재 855가구에서 1308가구 단지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두산아파트도 지난해 10월 재건축준비위원회 설립을 승인받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준공된 이곳은 31년 차 노후단지로, 용적률이 249%로 높은 편이라 당초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이 단지는 2021년 리모델링 추진위가 구성돼 조합 설립 추진됐으나 사업성에 발목을 잡혀 흐지부지됐다. 이후 정부가 용적률 완화와 정비사업 기간 단축 등 각종 규제 완화책을 내놓자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94년 준공된 영등포구 당산동2가 현대홈타운 비슷한 사례다. 299%라는 높은 용적률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탓에 2020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이 발표되자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리모델링은 노후 아파트를 철거하지 않고 기초 구조를 활용해 건물을 고쳐짓는 방식이다. 재건축과 비교했을 때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고 안전진단 문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용적률이 200%를 넘는 단지는 재건축 수익성이 낮아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 8·8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잇따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며 리모델링 장점이 줄어들자 재건축으로 선회한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인상과 금융비용 증가로 공사비가 증가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리모델링은 일반 분양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는 재건축과 달리 공사비가 오르면 추가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또한 최근 공사비도 재건축보다 높은 추세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리모델링 사업장 5곳의 3.3㎡당 평균 공사비는 890만원으로 조사돼 재건축 사업장 평균 공사비(820만7000원)보다 높았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지마다 경우가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곳은 공익적 측면에서도 개인의 재산권 측면에서도 재건축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환경보전을 위해 리모델링을 홀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은 "재건축·재개발을 지원하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의 의도 자체는 좋지만 이로 인해 리모델링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더 오래 쓸 수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을 하는 것은 자원 낭비이며 수많은 건축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mnm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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