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상빈·김민지·유영림 기자] "처음 오기 전에는 저희가 예산을 50만~60만 원으로 잡았는데 지난주 와서 보니까 70만 원은 다 넘어가는 것 같았어요."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 귀금속 거리에서 만난 20대 여성 A 씨는 남자 친구 B 씨와 이곳을 2주째 방문하고 있습니다. 14K 골드 커플링을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몇 주 사이 치솟은 금값이 두 사람의 발길을 연거푸 종로로 향하게 하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습니다. B 씨는 "금값이 오른다는 건 알고 있었고 커플링도 맞출 계획이 있어서 그러면 시장조사를 한번 하자고 해서 왔다"며 "지난주 한번 돌았을 때는 이 디자인에 이 가격(70만 원 이상)을 내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보니까 80만 원대 팔고 있더라"고 설명합니다.
A 씨도 "원래 알고 있던 금값에 비해 1.5배는 비싼 것 같다"면서 "2~3년 전 순금 한 돈(3.75g)에 30만 원이었을 때가 괜찮았다"고 혀를 찹니다.
2주간 둘러봐도 금 커플링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이날도 두 사람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립니다.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종로 귀금속 거리를 찾은 이날 한국금거래소 금 한 돈 시세는 58만 6000원(오전 10시)에서 59만 원(오후 5시) 사이입니다. 금값이 크게 오르면서 대표적인 선물용 금제품인 돌 반지와 골드바의 시중 판매가는 한 돈에 60만 원을 넘어갑니다.
종로 모 귀금속 매장 직원은 취재진에 "돌 반지 기본형이 60만 원이다. 다른 모델은 공임이 2만 원 이상 더 들어간다. 골드바는 한 돈에 62만 원이다"고 설명합니다.
금을 찾는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자 1g 제품도 시중에 등장했습니다. 취재진이 들른 종로 귀금속 거리 일부 매장에서는 일명 '콩알금'으로 불리는 적은 용량의 금제품도 팔고 있습니다.
모 매장 관계자는 취재진에 "콩알금은 반 돈이랑 1g이 있다. 1g은 하나에 20만 원이다. 보통 하나씩 선물한다"며 "콩알금 1g 사면 은 1g도 같이 드린다. 은 가격이 올라서 패키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같은 1g이라도 돌 반지보다 콩알금이 조금 비싸다"고 소개합니다.
콩알금을 반 돈씩 팔고 있는 또 다른 매장 업자도 "이렇게 두 개 해서 한 돈이고 가격은 60만 3000원"이라며 "금액하고 상관없이 여유 있을 때 하나씩 사 놓으면 장기적으로 괜찮을 거다"고 말합니다.
취재진이 이날 오후 5시에 찾은 서울 서초구 강남귀금속타운의 순금 한 돈 시세는 58만 5000원에 맞춰져 있습니다. 돌 반지 한 돈은 기본 시세에 공임이 붙어 59만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곳 모 매장 업자는 "반 돈도 사람들이 많이 산다. 오늘 반 돈 가격은 29만 7000원이다. 평균적으로 반 돈은 30만 원, 한 돈은 60만 원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모양이 있는 한 돈 돌 반지는 공임이 더 비싸서 58만 5000원에 공임 2만 5000원을 더해 61만 원"이라고 털어놓습니다.
"반 돈과 한 돈 중 더 잘 팔리는 돌 반지가 무엇이냐"는 취재진 물음에 인근 매장 업자는 "가족들에게 선물할 때는 한 돈을 많이 사 간다. 친구 아기 선물로 줄 때는 한 돈은 가격이 부담스러우니 겉보기에 큰 차이가 없는 반 돈을 사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금 대체재로 은도 많이 팔리냐"는 질문에 이 업자는 "은은 열 돈 해 봐야 8만 원 정도다. 갖고 있어도 금만큼 값어치가 나가지 않아 수요가 많지 않다. 실버바는 매장에 없어서 필요하면 주문해야 한다"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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