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산업 판도 바꿀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업계 긴장감 고조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02.18 11:30 / 수정: 2025.02.18 11:30
9조원 들여 내년 완공 목표로 생산설비 건설 중
공정 줄이면서도 수율 좋아 원가 경쟁력↑
에쓰오일의 초대형 석유화학설비 건설 공정인 샤힌 프로젝트가 절반을 넘어 본궤도에 접어들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더팩트 DB
에쓰오일의 초대형 석유화학설비 건설 공정인 '샤힌 프로젝트'가 절반을 넘어 본궤도에 접어들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에쓰오일의 초대형 석유화학설비 건설 공정인 '샤힌 프로젝트'가 절반을 넘어 본궤도에 접어들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소유인 에쓰오일의 9조원이 넘은 대규모 투자로 원유에서 곧바로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을 생산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이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의 설계·구매·건설(EPC) 공사가 55%를 넘어섰다. 2026년 완공이 목표다.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시설(TC2C), 스팀 크래커(에틸렌 생산시설), 저장 설비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내년 하반기 상업 가동 이후 에틸렌(180만톤), 프로필렌(77만톤), 부타디엔(20만톤), 벤젠(28만톤)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그중 에틸렌을 원료로 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합성 소재 생산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LLDPE 88만톤, HDPE 44만톤)을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통상 기존 석화 기업들은 원유를 들여와 나프타를 생산하고 다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복잡한 공정을 가지고 있다. 반면 에쓰오일은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원유에서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을 바로 뽑아낼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화 기업들의 나프타 분해 설비(NCC)와 차별화되는 정유석유화학통합공장(COTC)이라는 측면에서도 국내 석화 기업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 COTC 공정을 활용하면 원유의 70% 이상을 석유화학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기존 석화 기업들의 NCC 수율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국내 석화 기업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복잡한 단계의 공정을 하나로 압축한 원가 경쟁력과 수율을 극대화한 기술력으로 기초 범용 석화제품에서조차 생존 기반을 잃을 공산이 크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기존 국내 석화 기업은 효율이 높은 COTC 설비를 갖추지 못해 기존 NCC 설비로는 에쓰오일에 맞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에쓰오일의 초대형 석유화학설비 건설 공정인 샤힌 프로젝트가 절반을 넘어 본궤도에 접어들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공사현장. /에쓰오일
에쓰오일의 초대형 석유화학설비 건설 공정인 '샤힌 프로젝트'가 절반을 넘어 본궤도에 접어들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공사현장.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가 단순히 에틸렌을 만드는 '업스트림'에만 그치지 않고 중간 원료 생산으로까지 진전된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위기감은 더욱 짙다.

석유화학 공정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나프타를 가공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만드는 '업스트림'과 기초유분을 가공해 중간 원료나 합성고무, 합성수지 등을 만드는 '다운스트림'으로 나뉜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유분을 하는 석화 기업들은 경쟁사가 생기는 거라 위기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문제는 업스트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다운스트림까지 내려오기 때문에 석화업계에서는 공통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울주군 당월지역 약 40만평방미터 부지에 스팀크래커에서 생산한 에틸렌을 원료로 고부가가치의 폴리머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국면과 장기침체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선 기업마다 진행 중인 사업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효성화학은 최근 '알짜' 사업부인 특수가스 사업부를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LCPL) 공장 매각과 함께 해외 자회사를 활용한 지분 유동화를 추진 중이다. LG화학도 스티렌모노머(SM), 에틸렌글리콜(EG) 등의 생산을 줄줄이 중단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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