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추격에 휘청했던 K-조선, 옛 명성 되찾은 비결은?
  • 황지향 기자
  • 입력: 2025.02.18 11:21 / 수정: 2025.02.18 11:21
조선 3사, 지난해 동반 흑자
미 해군 함정 건조 기회 '수혜'
정부, 친환경·디지털 전환 지원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9조9031억원, 영업이익 50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5% 증가한 실적을 냈다. /삼성중공업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9조9031억원, 영업이익 50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5% 증가한 실적을 냈다. /삼성중공업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13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하며, 한때 중국 조선업의 급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던 한국 조선업계가 다시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올해도 수주 호조와 정부의 대규모 투자 지원이 맞물리며 K-조선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9조9031억원, 영업이익 50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한화오션 역시 매출 10조7760억원, 영업이익 2379억원으로 2020년 이후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8% 증가한 1조43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같은 기간 19.9% 늘어난 25조5386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앞으로도 조선업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LNG 수출 확대와 중국 제재 강화로 인해 LNG 운반선 및 컨테이너선 발주가 한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취임, 조선업 최대 수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격히 쇠락한 자국 조선업 경쟁력 부흥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우방국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마이크 리·존 커티스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 태세 보장법'은 미국과 상호 방위조약을 맺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미 해군 함정 및 해안경비대 선박을 건조하거나 부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 조선소에서만 군함을 건조할 수 있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조선업체들이 미 해군 함정 건조에 참여할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격히 쇠락한 자국 조선업 경쟁력 부흥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왼쪽)와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모습.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격히 쇠락한 자국 조선업 경쟁력 부흥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왼쪽)와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정 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모습. /AP·뉴시스

미 해군은 현재 295척인 군함을 2054년까지 390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1조750억달러(약 1562조원)에 달한다. 이는 연간 수십조원 규모의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으로 국내 조선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K-조선은 미국이 원하는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방국이라는 조건까지 충족해 강력한 협력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국내 조선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조선업계 지원 예산을 전년보다 40% 증가한 약 26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 중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약 1700억원, 선박 건조 공정의 디지털 전환에 700억원,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에 2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암모니아 추진 선박, 전기 추진 선박, 풍력 보조 추진 장치 등 차세대 친환경 기술 개발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정부는 세계 최초 암모니아 연료 공급 전용 선박 건조 사업을 추진하며 이를 통해 국제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을 가속해 조선업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된다. 고속 레이저 절단 시스템, 선박 블록 내부 자율 이동형 용접 로봇, 두꺼운 철판 연속 용접 협동 로봇 등의 기술이 포함되며 조선소-협력사 간 협업 플랫폼 구축을 통해 스마트 조선소 체계를 확립할 예정이다.

◆K-조선, 안정적 수주잔고 기반으로 수익성 강화

국내 조선업체들은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수익성을 고려한 선별 수주 전략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올해도 상선 부문에서 3년 치 수주잔량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화오션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9척, 컨테이너선 6척, 탱커 8척,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5척 등 총 40척에 가까운 상선을 수주했다. 올해도 상선 부문 수주액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공정 지연을 극복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와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건조가 본격화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를 10조5000억원, 영업이익 목표를 6300억원으로 설정했으며, 조선·해양 부문 수주 목표도 전년 대비 33% 증가한 98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3년 치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LNG 벙커링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만8000㎥급 LNG 벙커링선 2척과 1만2500㎥급 1척을 수주한 데 이어, 11월에도 1만8000㎥급 LNG 벙커링선 4척을 추가로 수주하며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미포조선의 중형 선박 기술력을 바탕으로 LNG 벙커링선과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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