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호실적 연임으로 이어지나…임기만료 CEO 거취에 쏠린 눈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2.18 11:07 / 수정: 2025.02.18 13:42
호실적 증권사 CEO 7인 연임 유력
사법 리스크·실적 악화 책임론도 부각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10곳에서 CEO 15명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될 예정이다. /더팩트 DB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10곳에서 CEO 15명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될 예정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증권업계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5곳이나 나올 만큼 유의미한 한해를 보냈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1조 클럽'이 쏟아지면서 업황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2023년 업황 악화를 겪고 위기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던 최고경영인(CEO)들의 리더십도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면에는 내달 임기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들이 무려 15명이나 현직에 자리하고 있어 이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다올투자증권 새 대표로 내정된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를 시작으로 늦겨울 활발한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10곳(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나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LS증권, 다올투자증권)에서 CEO 15명의 임기가 오는 3월 만료된다. 이중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와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올해 연임이 확정됐으며,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사장은 새 CEO가 내정돼 내달 자연스레 자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먼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증권사의 CEO를 맡고 있는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유창수·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 서정학 IBK투자증권 사장, 이석기 교보증권 사장 등 7인은 연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먼저 김성환 사장과 김미섭·허선호 대표는 각각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지난해 2년 만에 '1조 클럽' 증권사로 재입성시킨 성과를 인정받는 분위기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한 증권사는 양사를 비롯해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5곳이며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1조2837억원)을 따내 '리딩 증권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대표 자리에 오른 김 사장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창수·고경모 대표와 서정학 사장의 경우, 각각 이끄는 유진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이 중소형사임에도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공로가 부각된다. 이중 유진그룹 오너일가인 유창수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15년째 대표 자리에서 장기 집권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지난해 호실적까지 겹치면서 무리가 없는 한 연임이 유력하다. 유진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오른 583억원이다.

IBK투자증권 실적이 악화한 지난 2022년 처음으로 CEO에 오른 서정학 사장은 반전된 평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2023년에도 실적이 감소하면서 서 사장의 연임 또한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다시 기회를 받은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45.4% 오른 455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석기 교보증권 사장도 2023년보다 65.6% 오른 지난해 영업이익 달성을 통해 유임에 가까운 CEO로 꼽힌다. 다만 교보증권이 금융위원회 안건심사위원회로부터 최근 채권 돌려막기 혐의로 일부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내부 리스크 소홀에 대한 책임론도 일부 감지된다.

반면 연임이 불확실한 증권사 CEO들도 눈에 띈다.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와 배임 방조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 된 김원규 LS증권 대표가 대표적이다. 또 LS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4.3% 감소한 218억원에 그쳐 LS증권 출범 원년 김 대표의 성과도 뚜렷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실적 악화 등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87.4% 감소한 한화투자증권의 한두희 사장도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CEO 중 한 명이다. 다만 한 사장이 대표로 있던 2023년 호실적을 한 차례 낸 바 있고, 지난해 실적 감소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반영에 따른 일시적인 리스크 헷지 차원으로 해석된다면 지휘봉이 다시 맡겨질 가능성도 공존한다.

이밖에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1090억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부터 이어진 수익성 악화를 막지 못한 전우종·정준호 SK증권 사장도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한 CEO들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이 확정된 인사도 있으나, 올해 리스크 헤지 차원의 인사 교체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곳도 나와 희비가 엇갈린다"며 "올해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가 메리츠증권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과거 CEO를 지낸 인물들이 재야에 더러 있고, 세대 교체 차원의 내부 승진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적이 악화한 증권사들은 CEO 교체에 대한 명분이 선다는 것도 내달 CEO 연임 여부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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