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이들 모두 주력 계열사인 은행 부문에선 고른 성적을 냈으나 비은행 부문이 실적을 판가름하는 열쇠가 됐다. 금리 인하와 정부 규제 등으로 은행만으로 호실적을 내긴 한계가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각 지주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애쓰는 가운데, 지난해 효자 노릇을 한 계열사와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계열사는 어디인지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써냈다.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하나카드와 하나증권이 호실적으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신한은행에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함영주 2기'를 앞둔 하나금융은 높은 은행 의존도를 유지하며 비은행 강화가 여전한 과제로 꼽힌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3조738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3%(3171억원) 성장한 최대 실적이다. 하나금융의 이전 최대 실적은 2022년 시현한 3조5706억원으로, 2022년은 함영주 회장의 취임 첫 해이기도 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의 감소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환(FX) 환산손실 2119억원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손님 기반 확대를 통한 핵심이익의 견조한 성장으로 시장 기대치에 부응하는 실적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핵심이익은 이자이익(8조 7610억원)과 수수료이익(2조696억원)을 합한 10조83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수수료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15.2%(2,735억원) 증가하며 그룹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는 △은행의 IB 수수료 증가 △퇴직연금 및 운용리스 등 축적형 수수료 기반 확대 △신용카드 수수료 증대 등 그룹의 지속적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노력에 기인한다는 평가다.
하나금융그룹의 지난해 말 대손비용률은 전년 대비 0.11%포인트 감소한 0.29%로,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그룹의 경영계획 수준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은 '리딩뱅크' 자리를 신한은행에 내줬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3564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2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3.5% 감소한 수치로, 환율 상승으로 2119억원 규모의 외환(FX) 환산손실 등이 발생한 영향이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20.5% 증가한 3조6954억원의 연간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이자이익이 7조7385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줄었고 비이자이익은 687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2% 급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퇴직연금 적립금 금융권 최대 증가, IB 수수료 확대, 영업점 외환매매익 증대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따른 견조한 영업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호실적에도 지난해 결산 실적 기준 '리딩 금융' 자리는 누적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 달성한 KB금융이 차지했다. 이어 신한금융이 4조5175억원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3조860억원) 보다는 앞선 순익 3위 자리를 유지했다.
◆ 하나카드 호실적으로 '효자' 등극…증권도 적자 탈출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은 하나카드와 하나증권 두 곳만이 흑자를 달성하며 그룹 실적에 '효자 노릇'을 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2217억원의 순익을 시현하며 전년 대비 29.6% 성장했다. 해외여행 특화카드 '트래블로그'가 700만 고객을 모집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이에 따라 일시불 매출이 75조 7673억원으로 5.5% 증가했으며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도 수수료이익이 3107억원으로 44.6%나 증가했다.
하나증권 역시 적자 탈출에 성공하며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순익을 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2251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2924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나 1년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WM부문 고객 수를 늘리고 IB, 세일즈앤트레이딩(S&T) 사업 부문 실적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나머지 비은행 계열사들은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하나캐피탈은 전년 대비 44.5% 감소한 1163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7.3% 감소한 5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하나생명은 7억원 적자를 내며 전년(54억원 흑자)과 달리 손실을 봤으며 하나저축은행(-322억원)은 적자 폭을 확대했다.
◆ '함영주 2기' 비은행 강화 주력…M&A에는 신중
하나금융은 오는 3월 '함영주 2기' 체제의 본격 출범을 앞둔 가운데 '협업을 통한 비은행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그룹의 비은행 기여도는 전년(4.7%) 대비 11%포인트 상승한 15.7%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나금융 연간 순익 중 비은행 기여도는 지난 2021년 32.9%로 집계됐으나 2022년 18.9%, 2023년 14.7%로 지속 하락한 바 있다.
다만, 하나금융은 무리하게 '비은행' 몸집을 불리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에 하나금융은 무리한 인수합병(M&A)보다는 성장성을 보이는 카드, 증권 등 계열사 중심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힘쓸 계획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성 제고 방안에 집중해 자기자본이익율(ROE)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박종무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보험사에서도 아직 손익은 미미하지만, 적자 폭이 줄어들었고, 하나카드의 비즈니스 수익 창출 능력이 강화됐다"면서 "비은행 관계사가 가진 본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최소한의 자본 수익률에 걸맞은 이익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하나금융은 올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내실과 협업'을 그룹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첫째, 밸류업(Value-up)을 통해 그룹의 가치를 높이고, 둘째, 사회 책임 실천을 강화하며, 셋째, 정도 경영을 통해 투명하고 정직한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業)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위상 강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新 영토 확장 등의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금융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할 수 있다'는 '끈기'와 '열정'의 'Hana Can Do!' 하나 정신으로 흔들림 없는 전략 추진을 위해 그룹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나금융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 이행을 위한 올해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기 위해 4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으로, 밸류업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
아울러 그룹 이사회는 지난해 기말 현금배당을 주당 1800원으로 결의했다. 지난해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은 지난해 지급된 분기배당 1800원을 포함해 총 3600원으로, 전년 대비 주당 200원(5.9%) 늘었다. 이에 따른 연간 총주주환원율은 37.8%로 전년 대비 4.8%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