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지난해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고공비행'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실적 발표 직후 하루 만에 20% 오르거나, 최근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꿈의 60만원대 주가도 내다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4일 3.29% 오른 53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 전인 12일 상장 후 처음으로 50만원대 주가(종가 52만원)를 기록했다가 13일 4000원 내려 주춤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신고가를 갈아치운 결과다.
강세는 주말을 보낸 후 다시 열린 장에서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17일 오후 12시 03분 기준 전날보다 10.13% 오른 58만7000원에 거래되면서 60만원대 주가를 목전에 뒀다. 장중 최저가는 개장 직후 기록한 52만8000원, 최고가는 정오 이후 기록한 59만원으로 장중 상승 폭도 확대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강세 키워드는 '방산'이다.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이은 주가 급등 배경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투자자들의 국내 방산주에 대한 관심 증대,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방산업종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정부의 방산업종 수출 지원 예산 확대, 국내 방산업체로는 최초로 '매출 10조 영업이익 1조'를 달성한 실적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되고 있어서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를 끌어 올리는 투자처는 단연 외국인(외인)이다. 지난해 외인 투자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순매수 규모는 1조188억원으로, 같은 기간 글로벌 증시를 주도한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공급사 혜택을 톡톡히 본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2배 넘게 상승했다. 외인은 올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약 1500억원어치 사들여 전방에서 주가를 끌어가고 있다. 외인 보유율은 지난 14일 기준 45.21%에 달한다.
외인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집중 매수하는 배경으로는 우선 올해 초부터 두각을 나타낸 국내 방산주 강세가 꼽힌다. 이중에서도 대표 종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자연스레 수급이 들어온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다연장 미사일, 장갑차, 포탄 등 범용화된 제품 라인업을 다양한 국가에 수출하면서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이 빠르고 제품과 지역 다각화 등 영향으로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회피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계엄 사태로 코스피가 2300선까지 주저앉았을 때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외인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주가 비교 기간을 늘릴수록 돋보인다. 전날 종가인 53만3000원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2024년 12월 30일, 32만6500) 대비 63.24% 상승했고, 지난해 첫 거래일(2024년 1월 2일, 12만9700원)보다 무려 310.94% 오른 수치다. 외인 보유율은 전년 동일(32.31%) 대비 12.90%포인트 올라서 있다.
이에 지난해 줄곧 목표가를 올려 잡던 증권가도 화답하는 모양새다. 국내 방산주를 주도하는 대표 종목으로서 가장 많은 수출국을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이 더 개선될 여지가 남아있고, 최근 글로벌 경기를 좌우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도 방산업종과 궁합이 나쁘지 않다는 해석 등이 목표가를 다시 쓰는 원인으로 관측된다.
증권사별로는 교보증권이 지난 12일 가장 높은 목표가인 72만원을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대변했다. 다음으로 IM증권이 69만원을 제시했고 미래에셋증권은 67만원, 한화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65만원으로 모두 같은 날 목표가를 올려잡았다. 이 외에도 하나증권(62만5000원)과 유안타증권(62만원), 유진투자증권(60만원), 신한투자증권(60만원), 대신증권(58만원) 등이 모두 목표가를 올리면서 '매수'를 외치고 있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속 성장하는 실적을 주가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으로 해석되며, 현시점에서도 지속 매수 접근 권고한다"고 전망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2조원에 달하는 해외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지상방산의 견조한 실적이 당분간 지속되고 한화오션 및 한화시스템과 해양사업에서의 시너지를 감안한다면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