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다음 달부터 항공기 탑승 시 승객들이 기내에 반입하는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의 보관·사용 규정이 대폭 강화된다. 지난달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를 계기로 마련된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13일 리튬이온 보조배터리(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의 기내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표준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내 항공사에 공통 적용된다.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는 기내 선반에 보관할 수 없으며 승객이 직접 소지하거나 좌석 주머니에 보관해야 한다. 보조배터리의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을 방지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는 행위도 전면 금지된다.
국토부는 기내 반입이 가능한 보조배터리의 용량과 수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 100Wh 이하의 보조배터리는 최대 5개까지 반입할 수 있으며 100Wh~160Wh의 보조배터리는 항공사의 승인을 받아 최대 2개까지 허용된다. 160Wh를 초과하는 보조배터리는 기내 반입이 금지된다.
100Wh 이하의 보조배터리라 하더라도 의료 목적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반입이 가능하며 초과 반입 시 항공사의 별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셀프 체크인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항공권 예약 단계부터 5단계에 걸쳐 반입 규정을 안내할 예정이다.
아울러 보조배터리 단락(합선) 방지를 위한 조치도 강화된다. 승객들은 보조배터리의 단자가 금속과 접촉하지 않도록 절연 테이프로 감싸거나, 보호형 파우치 또는 비닐봉투(지퍼백)에 보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체크인 카운터와 기내에 단락 방지용 투명 비닐봉투를 비치해 승객들이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보안검색 또한 한층 강화된다. 미승인 보조배터리 반입이 의심되거나 항공사 요청이 있을 경우 보안검색 과정에서 추가 검사를 시행하며, 적발된 보조배터리는 즉시 해당 항공사에 인계해 확인 및 처리하도록 한다. 또한, 항공사에는 적발 건수를 월 1회 통보해 자체적인 시정 조치를 요청할 방침이다.
유경수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에어부산 화재 사고 관련)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합동감식 중이고 인과 관계가 나오기 전이지만, 보조배터리나 전자담배에 대해서 기내 경미한 사건 사고들이 많았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조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는 전자담배도 포함됐다. 전자담배 역시 기내 선반 보관이 금지되며, 승객이 직접 소지해야 한다. 사용 및 충전 행위도 엄격히 제한된다. 최근 5년간 미국에서 전자담배 관련 기내 화재 사고가 90건, 국내에서도 1건이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단기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다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필요한 조치지만, 화재 예방에 검증된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조치는 당장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장기적으로는 기내 배터리 화재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 발생 시 공기를 차단할 수 있는 용기나 항공기 내 별도 소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국제 표준을 선도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승객들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확실한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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