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익 기자] 건설사의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화면서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공동도급(컨소시엄)을 허용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컨소시엄 불가 조건에 시공사 찾기가 어려워지자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산 연제구 연산5구역 재건축사업 시공사는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컨소시엄으로 가닥이 잡혔다.
연산5구역 재건축 조합이 지난달 3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만 참석했다. 오는 25일 마감되는 재입찰에 현대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만 응찰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연산5구역 조합은 현대·롯데건설 컨소시엄을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산5구역의 이번 입찰은 벌써 다섯 번째다. 앞서 세 차례 진행한 입찰에서 공동도급 불가를 입찰조건으로 내놔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가 없었다. 이후 공동도급 허용(2개사 이내)으로 변경하면서 시공사가 들어온 것이다.
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7구역 재개발의 경우 지난해 11월 GS건설과 한화 건설부문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가재울7구역 조합 역시 첫 입찰 공고에서 컨소시엄 불가 방침을 세웠지만 유찰됐다. 영등포구 신길2구역 재개발 조합도 단독 입찰에서 컨소시엄을 허용한 끝에 지난해 11월 GS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을 최종 시공사로 선정했다.
예년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은 수도권 핵심지 정비사업장에서 단독 수주를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합들이 수백억원대에서 많게는 1000억원까지의 입찰보증금을 내걸며 입찰 참여 문턱을 높인데다 공사비 인상에 따라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출혈경쟁을 피하기 시작했다. 서로 경쟁을 자제하며 컨소시엄 형태로 수의계약하는 경우가 늘어난 이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선 공사비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경쟁사와 손을 잡아 위험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중견 건설사도 대형 건설사와 손잡는 것이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에 참여할 기회"라고 말했다.
조합들은 컨소시엄을 선호하지 않는다. 경쟁을 유도해 공사비 등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또 컨소시엄의 경우 시공 주체별로 담당 영역이 달라 시공 품질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대한 하자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따지기 힘들고 품질 관리가 여의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조합은 있지 않을 것"이라며 "시공사가 3개인 곳은 해당 브랜드를 아파트 이름에 넣기 힘들고 시공사 별 시공 수준이 달라 하자 문도 복잡할 것이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서울에서도 한강변이나 강남이 아니면 경쟁 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업이 지연되자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끌어가려는 조합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짜 입지'로 평가받는 서울 한강변과 강남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단독 시공을 고수하고 있다. 브랜드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이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고 있다.
서초구의 신반포4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5일 1차 입찰에서 삼성물산 단독 입찰로 유찰됐지만 2차 입찰 공고에도 '공동도급 불가' 방침을 유지했다. 강남구의 개포주공 6·7 단지를 비롯해 개포주공 5단지, 도곡개포한신, 잠실우성4차 조합도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애초에 사업성이 높은 서울 핵심 입지는 건설사들도 고급 이미지와 특화설계를 적용할 수 있어 단독 브랜드를 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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