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면세업계가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면세점 4사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도 환율 리스크가 여전한 가운데 공항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은 증가할 전망이라 면세업계 전반이 암울한 상황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면세점들이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요 4개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을 합하면 3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9% 증가한 3조2819억원을 기록했지만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신라면세점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지난 2020년(-1275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2조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지만 3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매출도 줄고 영업손실도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9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으며 28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손실은 전년도(313억원) 대비 소폭 줄었지만 적자의 고리를 끊어내지는 못했다.
다음 달 말에 실적을 발표하는 롯데면세점도 지난해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3분기까지 누적된 영업손실이 922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급등한 지난해 4분기에도 적자 기조는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면세점 주요 4개사 영업손실을 합하면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였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다. 면세업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400원대로 치솟은 이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평균 1434.42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올해 1월 평균 1455.79원으로 한 달 사이 1.5%가 올랐다. 지난해 비상계엄 여파로 급등해버린 환율은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슈까지 겹쳐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변화한 쇼핑 패턴,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 혜택 종료 등도 올해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들이다. 특히 관광객수는 증가하는데 면세점을 찾는 방문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면세점에는 큰 타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면세업계 생존을 위해 사업 재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면세점들은 올해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보따리상에 면세품을 헐값에 넘기는 관행을 끊어 매출보다 수익성을 신경쓰겠다는 의도다.
다른 면세점도 변화하는 쇼핑 패턴에 맞춰 단체보다 개별 관광객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캐세이 퍼시픽, 남방항공 등 항공사에 이어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와 제휴를 통해 개별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쇼핑 트렌드 변화에 맞춰 온라인 채널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과거 대비 면세점을 찾는 관광수요도 급감한 탓에 면세점들의 사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