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하림산업의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미식(The미식)'이 출시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신제품의 성패는 통상 출시 1년 안에 판가름 난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더미식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더미식 브랜드의 성공과 함께 종합식품그룹으로 도약을 선언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식품계열사 하림산업은 '더미식'을 '선보인 지난 2021년부터 영업손실이 매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20년 294억원을 기록한 영업손실은 이듬해인 2021년에 589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고 2022년 868억원, 2023년 1096억원 등 매년 손실이 커졌다.
식품업계에서는 신제품이 출시되면 통상 1년 안에 성패가 갈린다고 본다. 1년 안에 의미있는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시간이 갈수록 시장에 안착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올해로 출시 5년 차가 된 더미식이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타이밍은 놓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하림은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 나섰다. 현재 대형마트에서는 50% 할인 딱지가 붙은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할인은 '프리미엄'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악순환이 되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반값 할인하는 제품을 사먹어보니 굳이 비싸게 살 필요 없어 보인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더미식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종합식품기업'을 선언하며 야심차게 선보인 간편식 브랜드라는 점에서 실적 부진이 더 뼈아픈 상황이다. 김 회장은 신제품이 출시될때마다 직접 홍보에 나서는 등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열의에도 불구하고 더미식으로 인한 적자는 매년 쌓이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직접 추진했기에 내부에서 '실패했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림산업은 더미식 모델로 톱스타 이정재를 기용했지만 이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더미식'은 브랜드 구축과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론칭부터 이정재와 함께하고 있다. 지난 2022년 판매관리비는 349억원이다. 2023년 642억원으로 늘어났고 이중 광고선전비는 262억원을 차지한다.
이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SNS 마케팅과 확연히 비교된다. 불닭볶음면은 먹방 유튜버들과 매운맛에 반응하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유명세를 탔다. 이후 삼양식품은 매운맛을 활용하며 다양한 후속제품을 출시, 관련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더미식'은 톱스타 모델에만 의존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더미식 사업을 주도하는 하림산업 경영진이 자주 교체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달에는 강병규 하림산업 식품산업부 부사장이 선임된 지 6개월 만에 사임했다. 강 전 부사장은 지난 2017년 올가홀푸드 대표로 선임되고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지난해 7월 하림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현재 하림산업 대표이사 자리는 공석인 상황이다.
고급화에 승부를 건 하림은 비슷한 상품 대비 더미식의 가격대를 500원에서 1000원 정도 높게 설정했다. 그러나 즉석밥이나 라면이 '프리미엄' 전략으로 차별성을 갖기 어려운 탓에 더미식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좀처럼 선택받지 못했다. 게다가 고물가로 인한 소비 침체 속에서 먹거리의 '가성비'가 중요해지면서 더미식 제품들의 비싼 가격은 판매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
이런 가운데 하림산업은 식품사업 관련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전북 익산에 라면 공장과 물류센터를 증설하며 689억원을 투입했고 최근에는 온라인 물류센터를 구축에도 나섰다. 소스·양념 제품 출시를 통해 카테고리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최근 더미식 브랜드 소스와 양념 제품 다수에 대한 품목보고를 마치고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손실 증가와 경영진 교체에 관련해 하림산업에 문의했지만 별다른 입장을 주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품질을 높여 더미식을 고급화하겠다는 하림의 전략이 소비자들에 제대로 통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