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한파 가고 훈풍?…큰 장 앞두고 분위기 바뀐 기업공개 시장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2.14 00:00 / 수정: 2025.02.14 00:00
'소형주' 아이에스티이, 2월 상장사 중 첫날 유일 상승 마감
"서울보증보험 등 대어급 흥행 따라와야"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이에스티이는 지난 12일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97.37% 오른 2만25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2월에 상장한 새내기주 중 유일하게 상장일 상승 마감한 종목이 됐다. /더팩트 DB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이에스티이는 지난 12일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97.37% 오른 2만25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2월에 상장한 새내기주 중 유일하게 상장일 상승 마감한 종목이 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도 증시에 새로 유입된 신규 상장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소형 공모주들이 최근 잇따라 흥행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 케이뱅크, 롯데글로벌로지스, 디엔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 SK엔무브 등 예비 IPO 대어들이 올해 대거 상장을 앞둔 만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가 끝나간다는 평가도 일부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이에스티이는 코스닥에 상장한 지난 12일 공모가(1만1400원) 대비 97.37% 오른 2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직후 1만4430원으로 출발해 장중 최고가는 공모가보다 110.52% 오른 2만4000원이었으며 거래량은 총 4507만738주로 집계됐다.

아이에스티이의 첫날 성적은 가장 최근 상장한 LG CNS(상장명 LG씨엔에스)의 상장일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5일 코스피에 상장한 LG CNS는 몸집이 큰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점에도 상장 첫날 공모가(6만1900원)보다 9.8% 내린 5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7거래일째 거래됐으나 공모가는커녕 6만원대 주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LG CNS뿐만 아니라 2월 상장한 화학제품 제조업체 삼양엔씨켐(-5.28%) 2차전지 솔루션업체 피아이이(-12.70%)와, 보험 서비스 '보닥' 개발사 아이지넷(-38.71%)도 상장일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에 아이에스티이의 첫날 '더블'(공모가 대비 2배 상승)에 가까운 첫날 성적이 최근 침체한 IPO 시장 기조와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이에스티이가 같은 달 함께 상장한 공모주들과 다른 결과를 보인 것에 대해 산업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아이에스티이는 반도체와 커버 보디를 분리 세정할 수 있는 반도체 보관장비 풉((FOUP)을 개발해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는 업체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시기에 상장해 유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이 적절했다는 시각도 있다. 아이에스티이의 시가총액은 1700억원대로 앞서 상장한 삼양엔씨켐(2700억원), LG CNS(5조4000억원), 피아이이(2916억원) 등보다 사업 규모가 작은 소형 공모주이지만 일반청약에서 약 8444억원의 증거금을 모으면서 흥행을 예고해서다.

삼양엔씨켐과 LG CNS가 각각 3조원, 21조원가량의 증거금을 모았기 때문에 증거금이 곧 흥행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나, 공모가가 시장에서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1조원에 육박한 증거금을 모았다고 보는 견해도 나온다.

상장을 준비 중인 예비 새내기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시가총액 1000억원대 안팎의 소형 공모주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소형주 중심의 IPO 시장 분위기 반전에 힘을 싣는다. 친환경 자동차부품 전문업체 모티브링크는 지난 12일 일반청약에서 경쟁률 1667대 1을 기록하며 증거금만 3조8000억원을 모았다. 모티브링크의 공모금액은 181억원, 상장일 시가총액은 743억원에 불과하다.

LG 계열사인 정보기술(IT)업체 LG CNS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LG그룹의 두 번째 대어급 상장사라는 점에서 증거금만 21조원 몰리는 등 흥행을 예고했으나 상장일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더팩트 DB
LG 계열사인 정보기술(IT)업체 LG CNS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LG그룹의 두 번째 대어급 상장사라는 점에서 증거금만 21조원 몰리는 등 흥행을 예고했으나 상장일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더팩트 DB

반면 일각에서는 기대를 모은 LG CNS를 포함해 주요 새내기주들의 IPO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고, 정부가 IPO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해 규제를 강화한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소형 공모주의 선전이 판도 변화까진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도 공존한다. 소형 공모주에 수급이 몰린다고 해도 분위기를 바꿀 대어급의 흥행이 필요하다는 해석에서다.

실제로 13일 상장한 동방메디컬은 장 초반 공모가보다 30% 넘게 오르면서 아이에스티이의 첫날 결과에 편승하는 듯했으나 수급을 받히지 못하면서 7.81% 하락한 채 첫날 장을 마쳤다. 한방 미용의료기기업체 동방메디컬 역시 시가총액 1000억원대의 소형 공모주로 4100억원가량의 증거금을 모았다. 또 2월 새내기 중 첫날 홀로 상승 마감한 아이에스티이도 다음 날 차익실현 매물이 발생하면서 10%대 하락 마감했다.

이에 3월 초 상장을 앞둔 시가총액 3조원대 대어 서울보증보험의 흥행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2023년 IPO를 추진하다가 한 차례 철회하기도 한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2일 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서울보증보험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밴드는 2만6000원~3만1800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에서 투자 부담이 덜한 소형주를 중심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서울보증보험 등 대어의 흥행 성패에 따라 IPO 시장 분위기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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