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잠실·삼성·대치·청담동(잠삼대청) 등 서울 강남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도 철옹성처럼 집값을 지켜왔던 강남권이 토허제로부터 자유로워지며 향후 집값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 지역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발표했다. 아파트 단지 기준으로 305곳 중 291곳이다.
토지거래허가제란 주택거래를 할 때 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하는 제도로 2020년 도입됐다. 토허제 지역은 실거주만 허용돼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이 제도는 5년여 간 유지되며 그 실효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번 해제 지역에서 제외된 곳은 대치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등 안전진단이 통과된 재건축 아파트 14곳이다. 이들 지역은 투기 과열 가능성이 있어 토허구역 지정을 현행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도 현행 허가구역이 유지된다.
◆ 실효성 의문 많았던 토허제…"해제는 옳은 결정"
토허제는 그간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거주 이전 자유와 재산권 침해 비판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허제 해제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옳은 결정이었다는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는 본래 기존의 도심지역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만큼 지금처럼 도심에 적용한 것은 제도가 만들어졌던 초기 취지와 부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너무 과도하게 억제해서 토허제가 걸린 지역과 길 건너편의 시세 차이가 크게 나는 등 부작용이나 재산권 침해 여지가 있었다"며 "따라서 토허제는 해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갭투자 수요 늘어 단기적 집값 상승 예상"
토허제 해제 발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토허제가 해제되면 해당 지역 내 실거주 의무 조건이 사라지면서 갭투자가 다시 가능해진다"며 "특히 전세가율이 높은 새 아파트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잠삼대청은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은 지역으로 규제 해제 후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단기적인 가격 상승 압력이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잠실 트리지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A씨도 "토허제 발표 이후 어제도 두 팀이나 찾아와 갭투자를 문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달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허제 해제를 언급하고 기대감이 선반영돼 호가가 꽤 올랐다"며 "다음 주 이후 토허제 효과가 좀 더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집값 상승은 단순히 토허제 해제 부작용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집값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집값 상승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토허구역 해제의 부작용으로 간주하기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눌러놓았다가 그 인위적인 억눌림이 없어지면 시세에 맞춰 다시 가격이 변동하는 것을 부작용이라고 표현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 해제 효과 장기적으로 제한적…전세 가격은 안정화
전문가들은 이번 토허제 해제 영향이 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수석은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대출 제한과 실거주 의무 등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거래가 위축되었던 시장이나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왜곡된 지역으로 해제 효과로 인한 단기적인 가격 급등 현상으로 보는 것이 맞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정상화를 찾아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강남권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으며 추가적으로 시행될 스트레스DSR3단계,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 등 여러 요소가 혼재한다"며 "이로 인해 토허제 해제 효과 역시 희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도 "지난해부터 대출 축소 등 규제기조를 감안하면 당장의 큰 부정적 영향이나 큰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봤다.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가능해지며 전세 가격은 다소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 수석은 "그간 토허제의 실거주 의무 조건으로 해당 지역 전세매물 품귀현상으로 전세가격이 올랐는데, 해제를 통해 전세 물량이 증가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회복되고, 임대차시장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