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시공사 교체…곳곳에서 삐걱되는 재건축·재개발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5.02.13 11:34 / 수정: 2025.02.13 11:34
공사비 갈등에 시공사 교체 빈번
소송에선 조합 패소 사례 늘어
사업 지연으로 조합원 부담 되려 가중
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시공사를 교체한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 더팩트 DB
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시공사를 교체한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 더팩트 DB

[더팩트|황준익 기자] 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시공사를 교체한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새 시공사 찾기가 어려운데다 기존 시공사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면서 이에 따른 사업 지연과 금융비용 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4월 DL이앤씨가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지난해 6월 1심 결과에 DL이앤씨와 조합 모두 불복하면서 재판은 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1심에선 조합이 DL이앤씨에 약 8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조합 소유의 토지 일부도 경매에 넘어갔다.

조합은 2019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후 조합은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조합장 해임과 새 집행부 구성 등 조합 내부에서도 잡음이 생겼다. 결국 2021년 DL이앤씨와 계약을 해지고 2023년 포스코이앤씨를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신당8구역은 지난해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DL이앤씨와의 소송으로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은 이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손해배상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이곳 역시 특화설계와 공사비 갈등으로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으로 1심에선 조합이 패소했다.

현대건설이 시공사인 방배5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이전 시공사인 GS건설 컨소시엄(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에 525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2017년 시공 계약을 해지한지 7년 만이다.

법원이 시공사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고 시공사 교체로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비 갈등으로 교체했지만 정작 이전 보다 공사비가 올라 사업성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선 시공사 교체 바람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공사가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 입장에서 늘어난 공사비는 추가분담금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황준익 기자
정비업계에선 시공사 교체 바람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공사가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 입장에서 늘어난 공사비는 추가분담금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황준익 기자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나해 9월 시공사(HDC현대산업개발)의 공사비 인상을 문제 삼아 계약을 해지했다. 당초 공사비 3.3㎡당 471만원을 758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최근 삼성물산이 수의계약을 위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전 보다 3.3㎡ 공사비는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사비 갈등에 따른 착공 지연으로 조합원 부담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 은행주공아파트의 경우 조합은 2018년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공사비를 3.3㎡당 659만원으로 올리고 공사기간을 51개월로 연장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4월 시공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현재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이 경쟁입찰에 참여했지만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조건은 공사비 698만원과 공사기간 59개월이다.

정비업계에선 시공사 교체 바람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공사가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합 입장에서 늘어난 공사비는 추가분담금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 끝에 조합은 압박 용도든 어쩔 수 없든 시공사 교체 카드를 꺼낸다"며 "하지만 기존 시공사가 증액한 공사비보다 낮아진다는 보장이 없고 사업 지연과 브랜드만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 이유를 설명해도 납득시키기가 정말 어렵다"며 "더 저렴한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압박하는 세력도 있어 공사비 갈등의 접점을 찾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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