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중국 BYD가 모든 차종에 최첨단 시스템을 탑재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율주행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가성비 인공지능(AI)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딥시크와도 손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각고면려(刻苦勉勵 : 일에 고생을 무릅쓰고 몸과 마음을 다해 애를 쓰면서 부지런히 노력)하며 잰걸음 중인 현대차그룹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왕촨푸 BYD 회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 선전 본사에서 최첨단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 눈(God's Eye)'을 발표하며 모든 운전자가 첨단 자율주행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왕 회장은 "2025년은 전 국민 자율주행 원년이 될 것"이라며 "향후 2~3년간 자율주행이 자동차에 필수적으로 탑재될 뿐 아니라 중국 자동차의 명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전기차 침투율로 발전 속도를 측정했으나 오늘부터는 첨단 자율주행 침투율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중국 생성형 AI 서비스 딥시크 R1 기반 자체 아키텍처 쏸지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리와 장성자동차 등 타 중국 업체들도 딥시크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이미 BYD가 1위에 등극한 상황에서 자율주행 영역까지 선점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 약 1763만대 중 BYD가 413만7000대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2위 테슬라는 178만9000대다.
자율주행 부문을 선도했던 테슬라는 왕 회장 발언으로 쫓기는 입장이 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테슬라 FSD를 이용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오는 6월 본사가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테슬라 로보택시 사업성에 의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 2016년부터 FSD가 출시된다고 약속했으나 공염불에 그쳤다. 반면 미국 알파벳의 웨이모는 미국 피닉스와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등 4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BYD는 테스트도 많이 하는 등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왕 회장 발언이 실현되는 것이 머지않은 미래로 보인다"라며 "전기차 판매량 역시 테슬라를 제친 상황에서 선언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자율주행 부분에서 경쟁이 격화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대응이 관심이다. 현대차그룹도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김창환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달 한국공학한림원 미래모빌리티위원회 출범식에서 "중국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미국 전장 기술 업체 앱티브와 합작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 업체 모셔널을 설립했다. 지난해 웨이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다만 모셔널과 웨이모 기술 격차가 1년 정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열린 2024년 4분기 경영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CES에서 웨이모가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센서를 장착한 쇼카를 보여드렸다"며 "HMGMA(현대차그룹 메타클랜트 아메리카) 생산 아이오닉5에 자율주행시스템 탑재를 위한 차량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웨이모는 LA 시내에서 상업용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고, 모셔널은 파일럿으로 라스베이거스와 피닉스 등에서 운행 중"이라며 "현대차 로보택시 상업화 시점은 2026년으로 잡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AVP본부(첨단차플랫폼본부)는 지난해 말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OS(운영체제)를 내부 릴리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를 이끄는 송창현 현대차 사장은 다음 달 말 HMG 개발자 콘퍼런스를 통해 SDV OS와 관련한 성과를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한국 자율주행이 중국에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테슬라 FSD는 유럽에서 인정하지 않는다"며 "딥시크 쇼크에서 보여줬듯이 중국에는 인력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당장 사람이 없어서 문제다. 정부가 자율주행과 관련된 규제를 풀어주지 못하면 또 어렵다"며 "데이터 축적이나 주행 범위 등에서 쫓아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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