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대형 SUV도 전동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맞춰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9'은 이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까. 직접 타고 확인해 봤다.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마주한 아이오닉 9은 대형 SUV다운 존재감을 뽐냈다. 직선적인 디자인과 균형 잡힌 비율이 고급스러우면서도 단단한 인상을 줬다. 차체 크기는 전장 506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로 넉넉한 공간을 제공했다.
실내는 패밀리 SUV의 정체성을 강조한 구성이다. 먼저 운전석에 오르면 각각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곡선 형태로 연결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직관적인 UI와 터치 버튼 등이 운전 편의성을 더했다.
캡틴 시트 옵션이 제공되는 2열은 장거리 이동에 편안할 것으로 보였다. 뒷좌석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끊김이 없이 다양한 볼거리를, 리클라이닝 시트는 안락함을 제공했다. 다만 3열은 성인이 장시간 탑승하기엔 다소 좁았다.
경기 양평군의 한 카페로 향하며 아이오닉 9의 승차감을 경험했다. 시내 주행에서는 부드러운 가속과 정숙성이 돋보였다. 서스펜션이 탄탄하게 세팅돼 노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걸러주며 스티어링 감각도 적당한 무게감을 유지해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올려보니 아이오닉 9은 단단한 차체와 저중심 설계 덕분에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돋보였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니 강한 추진력이 느껴지며 묵직하게 속도를 냈다. 아이오닉 9 항속형 2WD 모델 기준 최고 출력은 160kW, 최대 토크는 350 Nm 발휘한다.
특히 고속 주행 중에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고 도로에 단단히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급가속 시에도 불필요한 흔들림 없이 차체가 수평을 유지하며 빠른 차선 변경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풍절음이 들릴 것 같았지만,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NC)과 차음 유리 덕분에 실내는 조용함을 유지했다.
국도에서는 의외로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스티어링 피드백이 명확하고 차체 롤 억제력이 뛰어나 와인딩 구간에서도 속도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전자식 AWD 시스템이 구동력을 최적화해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접지력을 확보하며, 급격한 코너에서도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전기차 특성상 내연기관 소음이 없어 노면 소음과 풍절음이 부각될 수 있다. 아이오닉 9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중 접합 차음 유리, 흡음재 확장 적용 등의 기술을 적용했다. 덕분에 실내에서 미디어 볼륨 10~12 수준에서도 외부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배터리는 110.3kWh 용량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400·800V 멀티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갖춰 350㎾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또 V2L 기능을 지원해 캠핑이나 외부 활동 시 외부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완성도가 높은 모델이지만 단점도 있다. 대형 전기 SUV 특성상 차량 무게가 상당해 급격한 코너링 시 약간의 롤링이 느껴진다. 또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이 적용됐음에도 후방 시야가 다소 좁아 후진 시 카메라 의존도가 높다. 800V 초급속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점도 장거리 운행 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아이오닉 9 세제 혜택 이후 가격은 6715만원부터 7941만원으로 동급 경쟁 모델인 기아 EV9(7337만~8379만원) 보다 약 622만원 저렴한 수준이다. 현대차는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연간 6500대 판매 목표를 설정했다. 전기차 캐즘이 지속되는 시장에서 아이오닉 9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된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