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제련 기술', 국가핵심기술 지정 검토 중…"기준 미달" 논란
  • 허주열 기자
  • 입력: 2025.02.12 15:39 / 수정: 2025.02.12 16:08
제련업계 일각 "기존 상용화 기술 최적화·개량화한 것에 불과"
고려아연 "획기적 기술로, 국가적인 보호 필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이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한 건을 심사 중이다. 심의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이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한 건을 심사 중이다. 심의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신청한 제련업 관련 기술 두 건이 지정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업계 일각의 지적이 나왔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기술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추가 지정 건의서를 제출, 관련한 정부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기술은 '가입 침출 기술을 활용한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 제조 기술'(이하 헤마타이트 기술)과 '격말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이하 안티모니 기술)이다.

헤마타이트 기술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제련 과정에서 철을 제대로 회수해야 이후 공정에서 아연은 물론 구리와 카드뮴, 니켈, 코발트 등을 효율적으로 회수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안티모니 기술은 안티모니 금속 제조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경제성과 효율성도 함께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의 안티모니 회수 기술은 건식 제련법을 쓰는데, 이는 불필요한 손실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습식 제련 기술의 경우 효율성을 크게 높여 건식에 비해 40%의 제조 원가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당시 신청서에서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희소금속인 안티모니의 특성과 중국의 안티모니 전략 자원화 정책 등을 감안할 때 해당 기술의 해외 유출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고려아연의 기술을 통한 안티모니의 국내 생산이 국가 안보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안티모니.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안티모니. /고려아연

이와 관련 제련업계 한 관계자는 12일 "신청된 고려아연 제련업 기술들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지 않고, 해당 기술들이 적용된 산업의 성장 잠재력 또한 제한적"이라며 "무엇보다 해당 기술의 해외 유출 시 국가 안전 보장이나 국민경제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헤마타이트 기술은 아연 제련 과정 중 불순물을 어떤 방식으로 제거할지에 관한 기술로 해당 공정 자체는 독일의 루어징크나 일본의 아키타 세이렌 등에서 1970년도부터 사용하고 있으며, 고려아연은 헤마타이트 기존 공정이 이뤄지는 온도와 압력 조건을 고려아연의 생산 환경에 맞게 개량한 것일 뿐"이라며 "안티모니 기술은 이미 1940년부터 공개돼 있던 보편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래부터 상용화돼 있던 제련 기술을 고려아연 공정에 맞게 최적화·개량화한 것에 불과할 뿐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거나 전체적인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다"라며 "일각에서는 고려아연 측의 무리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으로 인해 산업기술보호법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지배권 방어를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두 제련 기술은 획기적인 기술이 필요하며, 충분히 국가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사의 헤마타이트 공법은 전 세계 제련소 중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SMC 제련소를 포함해 오직 3곳에서만 구현하는 높은 수준의 기술로, 이를 통해 1차 아연 회수율을 99%까지 높일 수 있다. 또 배출가스 감소 효과는 물론 전 세계 대부분 아연제련소가 안고 있는 대규모 잔재 적치장 건설 및 관리, 이에 수반하는 환경오염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친환경적인 제련 기술"이라며 "이 공법을 적용하면 제련소의 매출과 이익을 크게 올릴 수 있지만, 높은 기술력과 관리가 요구되는 탓에 실제로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제련소는 전 세계 3곳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티모니 기술과 관련해선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99.95%의 고순도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안티모니는 전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지난해 9월부터 수출을 통제하면서 주목받은 전략 광물로,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미국 입장에서는 우방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생산 기술은 그 자체로 국가 경제 안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려아연이 신청한 두 가지 국가핵심기술 지정 건에 대한 소관 전문위원회 검토를 진행 중이다. /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려아연이 신청한 두 가지 국가핵심기술 지정 건에 대한 소관 전문위원회 검토를 진행 중이다. /산업부

산업부의 고려아연 제련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는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경영권 확보 시도에 대한 핵심 방어 논리가 고려아연이 보유한 국가핵심기술, 국가전략기술을 지킬 적임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최윤범 회장 체제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핵심소재 기술인 전구체 원천 기술을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받았으며, 지난달에는 황산니켈 관련 '양극재용 금속 화합물 제조 및 가공기술'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받았다.

국가핵심기술은 해당 기술의 국방상 중요성, 확보 난이도, 해당 산업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 산업의 대외경쟁력 등 해당 기술 분야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해 산업부 장관이 선정한다. 현재는 13개 분야 76개가 지정돼 있다.

국가전략기술은 외교·안보 측면의 전략적 중요성이 인정되고 국민경제 및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신기술·신산업 창출 등 미래 혁신의 기반이 되는 기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과학기술자문회의의 심의를 거쳐 선정한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외국 기업에 매각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 합작 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도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정권을 쥔 정부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신청한 2가지 국가핵심기술 지정 건은 소관 전문위원회의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신규 지정이 필요하다고 전문위가 결정을 내리면 행정예고 고시를 하고 되어 있다. 또 규제 심사도 받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언제쯤 결과가 나온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련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고려아연이 신청한 2건의 제련업 기술이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런 기술적인 부분과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할 기술인지 여부까지 전문위 심사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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