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환전은 은행이나 환전센터에서 해야 한다는 말도 옛말이 될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대형사를 중심으로 환전 업무가 가능한 인가를 연이어 받으면서 연내 서비스 출시를 목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권에 쏠린 환전 수요를 어떻게 가져올지에 대한 경쟁력 확보는 과제로 꼽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기획재정부로부터 일반 환전 업무 인가를 신청해 승인받았다.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나무'와 'QV' 등에서 환전이 가능하며, 실제 환전을 할 수 있는 환전 서비스는 올해 안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만의 강점인 다양한 고객층에 대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기존의 투자 목적 환전만이 아닌 환전과 연계한 다양한 외환 상품과 서비스를 올해 일반 환전 시행에 맞춰 단계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환전 업무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삼성증권도 일반환전 업무 인가를 획득하면서 자사 MTS인 'mPOP'.에서 환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역시 연내 환전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며, 고객들의 증권투자를 위한 환전과 여행·유학비용 등을 위한 환전 등을 돕고 기업고객을 위한 서비스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증권사가 연이어 환전 업무 인가에 나선 배경으로는 지난해부터 해외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고, 무엇보다 기업금융(IB) 부문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개인 고객보다 기업 고객이 많은 특성상 기업 고객 대상 환전 서비스를 은행권보다 더 유연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제도적인 측면도 크다. 증권사의 일반 환전 업무는 지난 2023년 2월 금융당국이 외환시장 구조 개선과 외환제도 개편 등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인 증권사도 일반환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보면서 가능해졌다. 올해 환전 업무 인가를 받은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을 제외하면 앞서 환전 업무 인가를 받은 두 증권사(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도 제도 개편 직후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반환전 시장 점유율 경쟁력 확보는 요구된다. 환전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은행권이 최근 환전 서비스 경쟁에 돌입하는 등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환전 수수료를 0%로 내리면서 무료 환전 시대를 연 토스뱅크 이후 은행권들이 대거 환전 수수료를 낮춘 게 대표적이다.
환전 업무 인가를 보유하고 있던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아직 환전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다는 것도 후발주자의 존재감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 요소다. 다만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최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가 환전 업무 인가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서비스 출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환전 서비스는 개인보다는 기업 고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외환 투자나 파생상품 등 증권사 상품과 연계할 수 있어 다각도로 수익을 낼 수 있을 전망이다"며 "종투사 요건을 갖춘 대형사 중에서 아직 환전 업무 인가를 받지 않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추후 환전 업무 인가 경쟁에 뛰어들면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나 전략적인 접근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