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의 2024년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PUBG)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지만,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하락과 신작 부진으로 인해 26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5781억원, 영업손실 1092억원, 당기순이익 9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적자 전환했다. 순이익도 941억원으로 56% 줄었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핵심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하락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 기존 대표작의 매출이 지속 감소하면서 전체 매출을 끌어내렸다.
신작 성과 역시 부진했다. 회사가 기대를 걸었던 '쓰론앤리버티'(TL)는 출시가 늦어지면서 실적 반등의 기회를 놓쳤다. '저니 오브 모나크'도 출시 초반에는 흥행했지만,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기존 게임들의 매출 하락을 만회할 신작이 없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까지 발생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호실적을 거뒀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1.8%, 54% 증가한 수치다. 특히 PC·콘솔 부문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며 전체 실적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됐다.
크래프톤의 실적 호조는 무엇보다도 배틀그라운드 IP의 지속적인 확장 덕분이다. PC 버전 무료화 이후 트래픽 증가세를 유지했고, 브랜드 협업 및 다양한 콘텐츠 업데이트가 효과를 보며 최대 동시접속자 수 89만명을 기록했다. 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도 현지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신흥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크래프톤은 향후 PUBG IP를 활용한 신규 게임 개발과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혁신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올해 출시 예정인 △인조이 △다크앤다커 모바일 △서브노티카 2 △딩컴 투게더 등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결국 기존 IP의 지속 성장 여부가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의 실적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견조한 성장과 글로벌 시장 확장을 바탕으로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반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 감소와 신작 부진으로 수익 구조가 흔들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신작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리니지M과 리니지W 등 기존 타이틀도 경쟁 심화와 대체재 증가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매출 감소를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기존 IP 경쟁력 강화와 신작 성공을 위한 전략적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여전히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기존 타이틀의 안정적인 매출 유지가 선행돼야 한다"며 "기존 게임의 수익이 뒷받침돼야 차기작 성과에 따라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실적 반등과 장기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라이브 IP 경쟁력 강화를 통한 매출 안정성 확보 △이용자 친화적 서비스 확장과 게임 완성도 강화 △경쟁력 있는 신규 IP 개발 △퍼블리싱 사업 및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자체 신규 IP 개발과 퍼블리싱 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한다. 'MMORPG, 슈팅, 서브컬처, 전략'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 출시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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