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사라진다"…이상기온에 패션업계 대응책 골머리
  • 문화영 기자
  • 입력: 2025.02.12 14:58 / 수정: 2025.02.12 14:58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3~4분기 영업이익 하락
2월부터 반팔 개시·여름 상품 비중 늘리기도
이상기온이 계속되자 주요 패션회사들이 관련 대응안을 모색 중이다. 사진은 한 시민이 겨울임에도 외투를 벗고 반팔 차림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이상기온이 계속되자 주요 패션회사들이 관련 대응안을 모색 중이다. 사진은 한 시민이 겨울임에도 외투를 벗고 반팔 차림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계속되는 이상기온으로 패션업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올해는 예년 대비 여름이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이 나오자 국내 주요 패션회사들은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예년 대비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패션업계가 대목인 겨울 장사를 놓치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된 데에 이어 날씨마저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430억원, 매출은 0.7% 감소한 541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섬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2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F&F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했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3% 줄어든 5465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여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가을 기운이 완연해진다는 절기 '백로'를 넘긴 지난해 9월 10일 전국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91%인 167곳이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가을·겨울에 단가 높은 상품을 팔아야 하는 패션업계에 이같은 늦더위는 악재로 작용했다.

문제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날씨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년 대비 기온이 상승하며 여름이 길어지고 상대적으로 가을이 짧아져 기존의 사계절 구분이 큰 의미가 없게되자 패션업계도 판매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부터는 수십년째 굳어진 시즌 판매 전략을 유연화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패션회사들은 길어지는 여름에 대응하기 위해 반팔 아이템을 2월 말부터 출시하는 등 대응에 나선다. /서예원 기자
패션회사들은 길어지는 여름에 대응하기 위해 반팔 아이템을 2월 말부터 출시하는 등 대응에 나선다. /서예원 기자

먼저 LF는 SS(봄·여름) 시즌 상품 출시 시점을 2월에서 1월 중순으로 앞당겼다. 일부 브랜드는 반팔 아이템을 2월 말부터 출시할 예정이다.

또 SS시즌 물량을 확대해 연간 SS/FW(가을·겨울) 물량 비중을 조정하고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기본 아이템과 시즌리스(사계절 구분이 없는) 아이템인 맨투맨과 셔츠를 강화한다. LF 관계자는 "SS시즌 전체에서도 봄 스타일 수 대비 여름 스타일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역시 길어진 여름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여름 상품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여름 상품 비중을 늘린다.

또 기능성과 실용성을 갖춘 여름 소재의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가변적인 날씨에 대응할 수 있는 디자인과 레이어링(여러 옷을 겹쳐 입는 것)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FnC는 전년비 데이터만 참고해 베스트셀링 상품에 집중해왔던 전략을 바꾼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데이터에 기반한 상품 기획을 진행해 고객과 유통, 기후변화, 상품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신상품 판매의 적중률을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F&F가 운영하는 MLB는 봄·여름 시즌의 구성 비율을 조정한다. 여름 아이템에 집중하기 위해 간절기보다는 원단 경량화, 쿨링 UV 등 기능성을 강화 중이다. MLB 관계자는 "바람막이의 경우 봄과 가을이 주력 판매시기였다면 이제는 여름까지 확장해 기획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보통 11월부터 패딩과 코트가 팔리기 시작하는데 따뜻한 날씨가 12월까지 계속되다 보니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라며 "고물가 영향으로 의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날씨 영향까지 겹치다보니 이전보다 유연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cultur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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