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대출' 암초 만난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꿈 멀어지나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2.11 00:00 / 수정: 2025.02.11 00:00
보험사 인수에도 자본비율 하락 등 영향 미미
'경영실태평가' 3등급 이하로 조정될 경우 최종 결정 금융위에 달려
우리금융그룹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비은행 강화를 위해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각 사
우리금융그룹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비은행' 강화를 위해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각 사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비은행' 강화를 위해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 내부통제 부실을 대대적으로 적발하며 이복현 금감원장이 "상(賞)을 줄 생각이 없다"고 발언하면서다. 금감원이 이달 중 내놓을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될 경우 M&A(인수합병)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마지막 열쇠는 금융위가 쥐게 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 여부에 대규모 부당대출을 발견한 지난해 말 정기 검사 및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4일 은행권 부당대출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월 중에라도 금융위에 M&A 심사 결과를 송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상을 줄 생각이 없다"고 피력한 바 있다.

통상 1년 반가량 걸리는 경영실태평가 절차를 6개월 이내로 당기는 것이다. 이 원장이 빠르게 심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우리금융을 저격한 것이란 해석도 따른다.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된다면 동양·ABL생명 인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는 크게 리스크관리(40%), 재무 상태(30%), 잠재적 충격(30%) 등 크게 3가지 부문으로 분류된다. 특히 내부통제 등을 다루는 리스크관리 영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점수 하향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가 마무리되면 마지막 열쇠는 금융위가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의 판단에 따라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이 3등급을 줄 경우 금융위는 자본금 증액 등 조건을 달아 우리금융의 동양·ABL 인수를 승인할 수 있다.

우리금융이 이미 걸어놓은 계약금 1500억원에도 관심이 모인다. 당국 최종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과의 매매 계약에서 지불한 계약금 1500억원을 날리게 된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4일 은행권 부당대출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월 중에라도 금융위에 M&A 심사 결과를 송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상을 줄 생각이 없다고 피력했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이선영 기자
이복현 원장은 지난 4일 은행권 부당대출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월 중에라도 금융위에 M&A 심사 결과를 송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상을 줄 생각이 없다"고 피력했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이선영 기자

만약 금융위가 금감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생보사 인수가 불발된다면 우리금융에 적잖은 충격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계획이 무산되고 미래성장동력이 소실된다. 밸류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긍정적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최근 금감원 검사 결과에서 보듯이 은행의 사건사고, 보험사 인수계약 자체 및 자본여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금융위의 인수 승인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우리금융이 자본부담에도 불구,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지속적인 성장을 해 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회사뿐만 아니라 고객과 주주의 이익을 향하는 것이라면 은행의 사건사고 등과는 별개로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금융그룹에서 내부통제와 자본관리 이행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제시할 수 있다면,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우리금융의) 4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당국 권고치 12%를 넘겼다"며 "해당 수치는 경영실태평가에 반영되는 수치인 만큼 동양·ABL생명 인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동양·ABL생명 인수가 확실한 모멘텀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보험사 인수가 그룹 이익 개선과 ROE(자기자본이익률) 제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하반기 중 CET1 자본이 7400억원 늘면서 보험사 인수에 따른 CET1 비율 하락도 이제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감독당국의 경영실태평가등급 하향 조정 여부와 이후 우리금융 측의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한편, 우리금융그룹이 동양·ABL생명 M&A 시 현재 90%에 달하는 은행 의존도를 80%대로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보험사 인수에도 자본비율 하락 등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열린 2024년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선 보험사 인수가 꼭 필요하다"며 "현재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0% 수준인데 보험사 인수에 성공하면 이를 단번에 8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수익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CFO는 "애초 인수 후 자본비율이 8bp(bp=0.01%)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9월 말에는 6bp로 낮아졌다"며 "올해 말에는 자본비율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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