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국이 기존 무관세 쿼터 적용 국가로 유지될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이 열리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알루미늄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2018년)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받았으나,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 평균(383만톤)의 70%(268만톤)로 줄이는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받았다. 이후 철강업체들은 쿼터 내에서 수출을 조정해 왔다.
최근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022년 253만톤 △2023년 259만톤 △2024년 277만톤으로 전체 수출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10%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관세 조치가 기존 쿼터 체결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지 불확실성이 커졌다. 만약 한국이 관세 대상에 포함된다면 수출 물량 감소뿐만 아니라 수익성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 철강업체들에 있어 수익성이 높아 중요한 시장"이라며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발표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실제 시행 방식에 따라 대응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행정명령 공표가 없는 상황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며 "이번 관세 조치가 쿼터 비체결국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기존 쿼터 체결국도 포함되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연관된 조치인지, 아니면 별도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형태로 일괄 적용될 것인지 불확실하다"며 "정확한 내용이 나와야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생산 거점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철소 설립'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생산 설비 투자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전기로 도입, 냉연강판 공장 설립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도 신중한 입장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은 선언적인 수준으로, 철강업종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어떻게 적용될지는 추가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며 "우리나라 철강 제품이 쿼터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25% 관세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사안이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을 넘어 정부 및 관련 협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만약 기존 쿼터제 국가에도 25%의 관세가 적용된다면, 이는 한국 철강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미국과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기존 쿼터 유지나 관세 면제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산업부와 대한철강협회 등 관련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미국 정부와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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