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올해도 새해부터 수도권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가운데 시공사 선정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을 비롯해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 등을 놓고 치열한 수주 경쟁이 펼쳐진 반면, 일부 정비사업지는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은 건설경기 부진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출혈 경쟁을 벌어진 곳이다. 예상 공사비 1조5723억원에 달했던 이곳은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한남뉴타운 구역 내 사업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받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연일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사투를 벌인 끝에 지난달 삼성물산이 승기를 거머쥐었다.
경기도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도 포스코이앤씨와 두산건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권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이곳에 두 건설사는 모두 3.3㎡당 600만원 대의 저렴한 공사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와 이정환 두산건설 대표가 재건축 단지에 직접 출동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곳은 예정 공사비가 1조5139억원으로, 3.3㎡당 890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21일 열린 현장 설명회에는 대형 건설사 10곳이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한남4구역에서 맞붙었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5차 재건축 사업과 방배7구역 재건축 사업은 강남권 사업지임에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각각 재건축 후 규모가 305가구, 316가구를 짓는 소규모 사업장인 탓에 사업성이 뛰어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삼호가든5차 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7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으나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한 차례 유찰됐다. 이에 공사비를 3.3㎡당 980만원에서 990만원까지 올려 다시 시공사 찾기에 한창이다.
방배7구역 재건축 사업도 지난해 4월과 6월 두 번에 걸쳐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응찰로 유찰됐다. 이후 공사 조건을 완화해 같은 해 10월과 12월 시공사 선정 입찰을 다시 진행했으나 고배를 마시며 지난달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사업지도 시공사를 찾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이달 3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서울 성북구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에도 삼성물산만 참여해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2구역 공공재개발도 지난달 시공사 입찰에 DL이앤씨만 응찰해 유찰됐다.
건설경기 침체와 원가율 상승, 미분양 리스크로 당분간 건설시장 수주 양극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안 좋고 공사비 부담도 점점 커지며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수주에 뛰어들 수 없다. 건설사들이 입찰 경쟁에 나서는 것 자체가 비용이 들기에 사업성을 신중하게 따지며 입찰에 임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앞으로도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좋은 알짜 사업지 위주로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