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항공업계가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원인으로 기내 선반에 보관된 보조배터리가 지목되면서 주요 항공사들이 보조배터리 반입 및 보관 규정 재정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내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관련 화재 건수는 2020년 1건에서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6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과 2022년에 관련 사고가 없었던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항공 여객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후 항공기 이용이 증가하면서 보조배터리 관련 화재도 함께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자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안전 조치 강화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보조배터리의 기내 선반 보관을 방지하고 승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항공여행을 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탑승 전과 출발 전, 보조배터리 및 배터리 내장 제품을 반드시 좌석 포켓에 보관해야 하며 선반 보관을 금지하는 내용을 승객들에게 안내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측은 "안전을 위해 선반 보관을 방지할 수 있는 추가 조치 방안을 유관기관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내에서 비행 중 승무원들의 보조배터리 모니터링을 강화해 불안전한 보관으로 인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내 화재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객실 승무원 교육도 확대한다.
에어부산과 제주항공도 보조배터리의 기내 선반 보관을 금지하고, 승객들이 배터리를 직접 소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탑승구에서 승객의 휴대 수하물 내 배터리를 점검하고 표식을 부착한 가방만 선반 보관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강화한다. 또 기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방화 장갑 등 화재 진압 장비를 추가 구비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보조배터리를 눈에 보이는 곳에 보관하도록 하고, 160Wh 또는 8g을 초과하는 배터리는 휴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기내 선반에 보조배터리를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유는 외부 충격이나 압력으로 인해 배터리가 손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손상되면 내부 단락(쇼트)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승객들은 보조배터리를 반드시 가방이나 좌석 주머니에 보관하고, 금속 물체(열쇠, 동전)와 함께 보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충전 중 배터리가 과열되거나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승무원에게 알려야 한다. 배터리를 보관할 때 가방 속에서 압력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고 보호 케이스나 전류 차단용 파우치를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항공업계는 승객들이 보조배터리 반입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기내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내 화재 예방을 위해 승객들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며 "항공사가 아무리 철저한 규정을 마련하더라도 승객들이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안전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내 보조배터리 반입 규정이 단순한 제한이 아니라 모든 승객의 안전을 위한 필수 조치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류 차단용 비닐 파우치 제공, 기내 보관 방법 표준화, 반입 개수 제한 등의 방안을 포함한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오는 4월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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